그리고 속 깊음
내가 가끔 올리는 사진 속 고양이는 남자친구의 고양이다. 정확히는 남자친구의 고양이였다.
태어난 날짜가 2019년 3월 7일인데 생후 40일즈음 분양을 받아서 키우게 되었다. 봄에 태어나서 이름은 ‘봄’이었다.
봄이는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나, 남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키운 지 몇 달 안 되어 집주인이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고 전화가 왔다. 고양이가 계속 울어서 민원이 계속 들어왔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집에 사람이 없을 때면 계속 울었다고 한다. 하루종일.
결국 봄이와 입주민들을 위해 봄이를 다른 지인 집으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봄이가 상황을 파악해서 울거나 도도하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또, 우리에게 일부러 어떤 기분은 숨기고 어떤 기분은 안 숨기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와 있을 때 단 한 번도 울거나 얼굴에 외로움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아기 아니면 어린아이 고양이일 텐데도.
부르면 오는 일은 없지만 ‘왜?’ 이런 표정으로 우리를 보곤 했는데 아주 시크했다. 이제 겨우 생후 백이십일 좀 지난 존재가 말이다.
그 지인의 집을 방문한 남자친구가 봄이와 영상통화를 시켜줘서 내가 화면 캡처로 찍은 사진이다.
원래 애교가 없는 아이라서, 나를 알아보고 그럴 리 없겠지만 내가 너무 보고 싶고, 내가 그렇게 믿고 싶으므로 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