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은 Aug 28. 2019

다이어트라고 생각하자

그럼 되지 뭐

얼마 전 동생으로부터 돈을 좀 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적은 금액도 아니었지만 엄청 큰 금액은 아닌 정도였다. 사회생활하는 성인이라면 좀 빠듯하지만 한두 달 정도는 빌려줘도 가계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 돈은 엄마께서 급히 필요해서 동생을 통해 빌려달라고 한 거였는데 동생이 자기 몫을 합쳐서 드리려고 그랬는지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어쨌든 바로 드리지는 않았나 보다.


엄마가 돈 언제 입금해줄 거냐고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동생한테 입금했다는 말을 하는 순간, 동생의 경제관념, 소비 습관 등을 비난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셨다. 동생이 잘했다고 할 수 있지는 않지만, 혹은 엄마 입장에서 할 수도 있는 범주에 속할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그 말을 듣기가 불편했다.


한 달 한 달 아주아주 빠듯하게 살고 있던 상태, 즉 예전에는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어디서도 돈을 구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이제는 조금 나아져서 살짝 빠듯한 상태라서 카드값이 스치고 지나가는 통장이지만, 잘 안 쓸 거 같아서 어쩌면 쓸데없지만 갖고 싶은 화장품도 종종 사고, 지금처럼 돈도 가끔 빌려줄 정도는 됐구나 작은 안도감이 느껴지던 촉촉한 마음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한번 시작되면 엄마는 계속 이런 얘기를 하실 거라 생각하니 입맛도 없어지고...


입맛이 없어질 거라는 데 생각이 닿자 어쩌면 이건... 내 인생에 몇 번 찾아온 적 없는, 그리고 아주 효과적이었던 마음고생을 통한 다이어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건 다이어트로 이어질 마음고생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괜찮아졌다.


작가의 이전글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