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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Sep 01. 2019

유대인의 지혜

탈무드를 읽으면 좋은 점

누나와 남동생의 사이는 사실 그렇게 각별하지 않다.


나와 동생도 원래 친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가족 중에 제일 가까운 사이 같다. 내 노력이라기보다 동생이 살가워졌다. 이유는 금전관계의 지분이 좀 있다.


몇 년 전부터 동생이 살가워진 이유는 그나마 내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나서 푼돈이나마 빌려줄 수 있게 되고 가끔 덜 받기도 하면서, 그리고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며 내가 동생에게 꽤 쓸모 있어진 존재가 되면서부터다. 내 생각엔 그렇다(아니면 미안).


안 받아도 되는 돈이면 안 받고 싶지만, 안 받으면 내가 큰일 나는 상황이라 며칠 늦춰주긴 해도 매번 꼼꼼히 받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한번 돈 갚기로 한 날 입금이 안 돼서 연락을 했더니 빌려준 돈보다 2배쯤 되는 돈을 또 빌려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2주일 뒤에 꼭 갚겠다고 하면서.


촉이 왔다.


정말 그때 되면 돈을 갚을 수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정말 급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거다. 오늘 안 받아도 되지만 일주일 내에 안 받으면 나도 큰일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동생이 절대 저 기간이 돼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침착을 되찾았다.


내가 괜히 책을 많이 읽은 게 아니다.


탈무드에 보면 장사를 하기 위해 길을 떠난 상인 이야기가 나온다. 거래를 위해 들고 간 큰돈을 잃어버릴까 봐 아무도 모르게 묻어놓았는데 다시 가보니 그 돈을 누가 가져간 것을 알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다 정황상 숙소 주인이 훔쳐갔을 거라 추측하게 된 그는 숙소 주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척하며 내가 큰돈을 갖고 왔는데 반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었는데 나머지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숙소 주인이 자신 같으면 아무도 안 믿고 그 아무도 모르는 곳에 그 돈을 같이 묻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밤중에 숙소 주인이 다시 그곳에 자신의 돈을 묻는 것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자기 돈을 되찾는 이야기다.


내가 누군가. 타짜를 꿈꾸던 작가 지망생이던 나는 이 이야기를 떠올리고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비틀어 동생에게 말했다.


네가 내 빌린 돈을 오늘 안에 갚으면 내가 그걸로 카드값을 내고 나서 은행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이 네가 말한 돈의 2배 정도까지도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동생은 한 시간 뒤에 내 돈을 정확하게 갚았다. 그리고 나는 동생이 빌려달라고 한 돈을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저녁 즈음에 빌려질 줄 알았는데 안 빌려진다고 고백하고 미안하지만 알아서 하라고 했다.


동생은 다시 그 돈이라도 빌려달라고 했지만 나도 카드값 때문에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약속기일에 못 갚을 거 같으면 빌리는 거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그 후로 동생은 빌린 돈을 꼬박꼬박 잘 갚는 착한 채무인이 되었다.


우린 요즘 아주 사이가 좋다. 이게 다 탈무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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