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냐 꿈이냐
명절이 다가오니까 회사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똑같다.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고 평소대로다.
아니, 조금 더 바빠지긴 했는데 그건 아르바이트하던 학생분이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 퇴근시간은 30분 정도 늦었지만 다 같이 늦게 퇴근했다.
일을 하면서 바빠서 아무 생각을 못 하다가 잠깐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혹은 집에 가면서 이러저러한 것을 해야지, 하고 어떤 목적이 있는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말하자.
시나리오 작가 포기하긴 했는데 그냥 재미 삼아, 월요일 치고 뭔가 모르게 컨디션과는 별개로, 기분도 좋고 해서 올해 초에, 분량으로만 치면 반 이상 쓴 시나리오를 한번 읽어보고 고칠만 하면, 더 발전시킬 만하면 고쳐보려고 했었다.
까먹지도 않았는데 집에 와서 밥 먹고 기운을 차리고는, 그 기운으로 장성규의 워크맨을 2시간을 봤다.
이게 뭐라고.
분명히 하려고 한 걸 잊지도 않았는데 나의 의지는 어딘가에 널브러져 버렸다.
이거이거, 하늘로 올라가는 동아줄이 아닌데 읽다가 나도 모르게 지레 가능성 있는 거라고 김칫국 드링킹 하며 잡고 싶어 질까 봐인 것도 있고, 애써 쓴다고 해서, 또 그걸 완성한다고 누가 박수를 쳐줄 것도 아닌데 굳이 다시 읽고, 읽다가 나도 모르게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가장 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총동원한다고 하던데...
나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내가 가졌던 소중한 꿈(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따위에 사용하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 그냥 아무렇게나 쓰는 종류의 인간인 것이다.
우리 봄이 내일 중성화 수술이라 조금 슬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