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초보를 위한 쉬운 청소 순서(3)

by 심야책방

(2편에 이어서..)


이제 좀 익숙해졌다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글은 쉽게 썼지만 사실 여기까지 오려면 며칠, 사람에 따라서는 한 달 이상이 걸렸을 수도 있어요. 청소가 쉬운 게 아닙니다. 환경을 바꾸는 거잖아요. 여기까지 오셨다면 대단하신 겁니다. 자, 이제 좀 더 깊게 들어가 봅시다.


5. 가끔은 묵은 때 벗기기(봄맞이 대청소, 계절맞이 대청소)


사실 저는 대청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앞에 ‘대’ 자가 붙은 것들은 거창하고 피곤하잖아요. 그냥 소청소, 중청소 정도만 합니다. 그럼에도 가끔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베란다 묵은 먼지, 장롱 속 곰팡이. 침대 프레임 틈에 들어간 자잘한 장난감... 이런 것들 말이에요. 며칠 전에는 침대 프레임을 들어내서 청소를 하는데 와우, 잃어버린 구슬. 막대기 장난감, 뭉쳐서 굴러다니는 먼지 뭉치, 종잇조각 등이 말도 못 하더라고요. 침대를 안 쓰고 싶지만 허리 때문에 안 쓸 수도 없고... 하지만 자주 하긴 힘드니 1년에 한두 번만 합니다. 제 허리는 소중하니까요.


6. 집안 청결은 100점 만점에 70점만 돼도 OK


평소에 소청소, 중청소 정도만 꾸준히 해도 사실 대청소는 할 필요가 거의 없어요. 저도 대청소는 몇 년에 한 번 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깔끔한 성격은 아니고 먼지에 그리 민감한 성격이 아니라 대강 사람 사는 집 같다 싶으면 그냥 살아요. 살림하고 육아하면서 신조(?) 비슷하게 생긴 게 있는데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자’입니다. 특히 살림은 그래요. 하고 돌아서면 또 할 일이 쌓이고 그거 해치우면 또 다른 일거리가 쌓여 있기 마련입니다. 그냥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을 쳐내기도 바쁘잖아요. 살림에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쉬면서 힘을 아끼자고요.


7. 생각 없이 하는 청소 루틴


별일 아닌 것에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뇌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우리가 흔히 ‘결정 장애’라는 말을 하잖아요. 실제로 결정할 일이 너무 많으면 아주 사소한 일에도 우리 뇌는 과부하가 온다고 합니다. 소스 맛이 3가지인 제품과 27가지인 제품의 판매량을 비교해 보니 3가지인 소스가 훨씬 잘 팔린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뇌는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는 겁니다. 왜냐? 힘이 드니까요. 자, 일단은 설거지가 쌓였으니 설거지를 하고, 음식쓰레기를 지금 버릴까, 말까? 귀찮은데 내일 버릴까? 화장실이 지저분한 것 같은데 저건 언제 청소하지?


이러지 말라는 거예요. 청소를 할까 말까, 한다면 언제 할까를 결정하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우리 뇌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정말 심사숙고해야 할 때는 ‘아, 몰라. 아무거나 대충 결정해.’ 이렇게 된다는 겁니다.


저는 매일 하는 반복적인 살림에 제 에너지를 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런저런 청소, 정리에 관한 책들을 읽고는 루틴을 만들어 버렸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 없이 전날 설거지한 그릇을 상부대에 집어넣고, 아무 생각 없이 밀대걸레를 민다.. 이런 식으로요. 제가 원래 에너지가 굉장히 적은 사람이라서 피로감을 잘 느낍니다. 극 내향인이라서 사람 만나고 오면 그다음 날은 누워서 쉬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설프지만 루틴을 짜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100퍼센트 실천하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그래도 70퍼센트 정도는 하는 것 같아요. 설령 오늘 못했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며칠 후에 그 루틴이 돌아오니까 그때 하면 돼요. 루틴화시키면 살림에 조금 게을러져도 크게 티 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청소에 너무 힘 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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