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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Oct 20. 2021

영화 <선율>의 김윤정·권진아 감독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인터뷰] 솔직하고 당당하게 그리하여 떳떳하게

공식적인  번째 연출작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만을 선정해 상영의 기회를 주는 ‘뉴필름메이커’. 올해에는  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그중 <선율> 감독이 정신장애를 겪으며 느낀 감정 생각 등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한 ‘애니다큐(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라인 드로잉으로 표현된 이미지가 감독과  다른 화자 ‘바이올렛 J’, ‘고요한 사이의 대화를 풍부하게 살려낸다.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12회차 정도의 워크숍을 가지며 이들과 교감하려 했던 노력만큼 영화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사회에서 감춰지는 조현병을 들여다본다.

10 17 영화 상영을  시간 앞두고  카페에서 영화의   김윤정 감독과 권진아 애니메이션 디렉터를 만났다. <선율> 관해 깊은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쑥스러운  인사를 건네더니 질문에 관해서 만큼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표현했다. 망설임 없이 작품에 관한 가치관을 털어놓는 모습에서 영화를 준비한 오랜 시간들이 그려지는 듯했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조현병 당사자들의 특성이 하나의 선율 어우러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여기  변화의 싹이 움튼다.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를 비롯해 DMZ, 대구, 인천, 서울 독립영화제 등에서 영화 <선율> 상영됐다.
윤정 : 코로나19 많은 분이 자신의 우울에 대해서, 내면에 대해서, 정신 건강에 대해서 깊게 살펴보고 있는 지금 우리 작품이 마음을 돌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담고 있으니까. 감사하게도 시기를  타서 많이 소개될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제를 다니며 요새 장르와 결합해 자신의 서사를 풀어가는 감독들이 많다고 느꼈다. 우리 작품 또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운이 좋았다. (웃음)

겸손한 발언이다.
진아 :  역시  정도로 다양한 영화제에서 상영하게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서 많이 놀랐다.  감사하기도 하고. 감독님 말대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있는 시기에 우리 영화가 만들어진 점도 있고  장르적인 특성도 한몫했다고 본다. ‘애니 다큐 아직은   보편화 되어있기 때문에 눈여겨봐 주시지 않았나 싶다.

 시간 후에 영화가 상영된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관객의 반응을 살필 기회가 많이 있었는지.
진아 : 대구단편영화제 GV 감독님이랑 함께 갔다. 그때 나온 반응들이 완전 타인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선을 처음으로 느낄  있던 때였다. 당시 우리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작품을 좋게 봐주셨던 기억이 난다.

윤정 : <선율>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영화를  지인들이 “정말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지) 몰랐다하면서 힘을 주기도 했다.  “  용기 있다 말도 많이 들었다. 어쨌든 정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작품 작업을  것이라 개인적인 변화들이 많이 묻어 있다. 나를 드러냈던 것에 용기 있다고 짚어주는 부분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솔직하게 전달하는 병의 증상을 들으며 때로는 무섭고 오싹한 분위기를 느꼈다.
윤정 : 그런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우리 영화가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나도 당사자이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환청, 환각, 환시에 대해서 스스로 익숙해져 있었다. 작품을 기획하고 풀어낼  팀원들 모두 정신장애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있었으면 했다.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작업을 시작하는  맞는  같아   정도 당사자 분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던 건가?
윤정 : 영화를 보면 계속 라인 드로잉만 나오다가 중후반부 컬러로  그림들이 등장한다. 그게 워크숍에 참여했던 당사자분들이 그리신 그림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혐오자들에 대해 그려보자 주제를 정하고 몇몇 래퍼런스들을 보여드렸다. 이후 자신이 생각하는 혐오자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거쳤다.

애니메이션 디렉터 진아 역시 시작부터 함께 했던 걸까? 애니메이션 디렉터의 역할에 대해 조금 설명해준다면?
진아 : 당사자분들의 인터뷰를 하고 그걸 감독님과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할지 함께 고민했다. 어떻게 연출하는   좋은 연출인지 그리고 그걸 작화로 그려내는   다른 단계이니까. 캐릭터 디자인이라든지 움직임이라든지 색채 이런 것들에 있어서 애니메이션적으로도 생생하게 다큐멘터리의 이야기를  전달할  있도록 신경 써가며 작업했다.

애니 다큐인만큼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진아의 역할이 중요했을  같다.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차용 하자고 결정한  언제쯤인가?
윤정 : 2019년부터 정신장애 예술창작 집단에서 활동하고  ‘매드프라이드라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정신장애 당사자분들과 깊은 스킨십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목소리를 내서 변화를 만들고 싶은 정신장애인이 많음을 느꼈다. 그걸 알게 되면서 특히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는 내가 아닌 타인을 영원히 남는 영상으로 기록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 혹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 끝에 애니메이션을 통해 영화에 출연한 모두가 안전한 작업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구현해준 사람이 비슷한 시기 함께  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진아 감독이다. 1  학업도 멈추고 같이 작업해준 좋은 친구다. 다음번엔 내가 열렬히 진아 감독 작품을 돕고 싶다. (웃음)


윤정 감독 또한 영화에서 직접 스스로 겪은 경험들을 들려준다.
윤정 : 8 가까이 되는 정신장애 당사자분들과 워크숍을 하고 인터뷰를 했었다. 처음 기획은 다양한 당사자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나까지 대변할  있는 하나의 공통된 맥락 찾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업을 하면 할수록  영화 내에서 감독 본인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었다. 어쨌든  영화가 나의 사적 다큐멘터리라는 정체성을 잡고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목소리가 들어갈 계획도 없었기에 따로 녹음도 하지 않았었다. 영화에 나오는  목소리는 인터뷰하면서 카메라에 녹음된 목소리를 나중에 살린 거다. 후반부 나를 전면에 세우는걸로 구성이 바뀐 건데 사실 용기가 많이 필요한 선택이었다. 정신장애임을 고백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조차도 용기 내지 못하면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솔직히 말할  있는가 싶었다.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담고 있는 장면을 뽑아준다면?
진아 : 오프닝. 앉아 있는 사람을 형상화하던 선들이 귀가 되고   옆에 환청들이 갖가지 라인으로 표현되는데  부분이 작업과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건  작품에서밖에 표현할  없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환청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환청을 겪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안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 여러 환청으로부터 괴로워하는 사람을 떠올렸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반면 힘들었던 씬도 있을  같다.
진아 :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만 표현할  있다고 생각한다. 흡수해야 하는 거다. 감독님과 다른 팀원들도 그랬을 건데 작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금 심적으로 지치는 부분이 있었다.  안에 눈물이 쌓였다가 여러 개의 선으로 터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림을 그릴   심리가  그랬다.  장면을 애증의 장면으로 꼽는다. 기억에도 많이 남고 힘들기도 하지만  뿌듯했던 장면이다.


요즘 <젊은 ADHD 슬픔>(2021),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2021)  사회적으로 여성의 정신장애를 고백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윤정 : 우울증은 이미 음지에서 양지로 많이 나오고,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조현병은 아직까지 논의가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조현병이라 하면 무조건 범죄자로 바라보는 프레임이 강하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굉장히 부각해 보도하고 거기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조현병에 관한 현재의 인식을    있다.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범죄 연결 지어 생각하게  맥락에 대해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민의 시작은 정신장애, 조현병에 대해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이 필요하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굵게 자리한다.
윤정 : 정신장애인 당사자 분들  사회하고 단절된 당사자들이  많다.  단절의 의미는  정신장애가 발생했을  사회와 격리시키려 정신병원에 가둔다는 것을 뜻한다. 강제입원으로 인해 병원에 있다가 나온 당사자들은 자신의 모든 인간관계가  끊기게 되는 것이다. 정신장애는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사회에서  시간을 통해 양산하지만, 정신장애에 대한 치료는 갇혀진 공간에서 개인에게 회복을 강요한다. 또한 사회는 정신장애인들이 가진 정체성을 ‘질병으로 규정하며 ‘정상 범주 안에 속해 있기만을 원한다.  ‘정상 범주가 과연 무엇일까란 생각이 든다.  ADHD, 공황장애, 우울증, 조현병 모두  각자가 가진 정체성이고 특성일 뿐이다. 누군가 아픈 몸과 마음을 가졌을 , 어떻게  사람이 가진 정체성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있을지  많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책들이 나오고  때마다 반갑고 계속 살펴보게 된다.


   다른 화자인 ‘바이올렛 J’, ‘고유한  어떻게 선택하게  건가?
윤정 : <선율> 사적 다큐멘터리인만큼 나의 투병기와 가장 비슷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야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이올렛 J 고유한 선이었다.   20 여성 당사자이고 나와 비슷한 병식을 가지고 있었다.

<선율>  사람 모두에게  작품이다. 각자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진아 : 조현병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감독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배우게 됐다. 이제  도전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던 사람인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한 작품을 함께하며 스스로를  알아갈  있었다. 특히 워크숍을 하면서 그때 내가  힘들었고  그런 상태에 있었는지 나름의 이유들을 깨달았다. 몰랐던 나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  나에게 애정이 생겼다. 내게는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윤정 : 내게 <선율> 나의  페이지 같다. 10대부터 시작해서 20 초반의 내가 여기에  담겨 있다.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 때와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르다. 당시에 내가 고민하고 있고 치열하게 쏟아부었던 것들이  묶인 뭐랄까    같다. 이걸 넘기고 다음 책을 새로 시작했을  그걸  쌓고 쌓고 하고 싶다. 앞으로 다음에 무얼 만들까 했을  이걸 기반으로 조금   나이 때에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전문 :


영화 :

*정말 좋았던 영화, 정말 가치있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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