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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Oct 20. 2021

영화 <셰어런츠>의 김현승 감독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인터뷰] '공유하기’ 사이의 빈틈

<셰어런츠> 시의성을 무기로 달려 나간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시원의 일상을 계속해서 업로드하는 엄마 여운은 어느  아이의 영상이 담긴 USB 배달받는다. 이후 평탄하고 화목할 것만 같은 이들의 일상에  변화가 생겨난다. 셰어런츠는 공유하다 라는 뜻의 셰어(Share) 부모를 뜻하는 페어런츠(Parents) 합친 단어로 아이의 일상을 SNS 공유하는 부모 라는 의미를 가진다.

감독은 익숙하게 전시하는 ‘공유 중심으로 그간 놓쳤던 아이의 인권, 아이의 입장에 대해 되묻는다. SNS 유명세를 바탕으로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공구(공동구매)’ 혹은 쇼핑몰 운영 등의 방식 또한 작품의 중요한 설정  하나다. 김현승 감독은  과정들 속에서 “과연 아이들은  노출을 원하는가.  인기를 행복하다고 여길까 대한 의구심을 던진다. 인터넷에 ‘박제 사진들로 이미지 도용과 같은 범죄가 줄지어 일어나는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 영화 <세어런츠> 바로 그것을 일깨운다.

2020 아시프펀드프로젝트로 선정된 작품이 오늘 오후 7 30분에 상영된다고 들었다.
영화제 측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  있었다. 당시 전려경 프로듀서나 김태용 감독님 같은 경우에도 피칭  굉장히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그게 시나리오를 고치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있어서 좋은 방향성을 잡아줬다. 1천만 원이란 지원금도 물론  도움이 됐었고. (웃음)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영화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조금 늦었지만 작년 피칭 당시에 감독님의 영화가 선정될 것을 예상했었나?
서류를 합격 하고 면접을 봤을  (반응들이)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너무 떨리고 하니까 이상한 얘기도 많이 했었고... 영화의 방향성, 그러니까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말했는데 당시 심사위원분들이 ‘그게  영화랑 맞나요?’라고 묻더라. 순간 얼어버렸다. 끝으로 한마디를 하라길래 ‘여기 참여하신 다른 분들보다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다 했다.  자신감 어필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2019 <1 가족>이란 작품을 우리 영화제를 통해 상영하기도 했다. 주로 단편 위주의 영화를 만드는 건가?
본업은 상업 영화 미술 감독이다. 상업 영화 신에서 일하다 보면 ‘ 감독 되려고 하냐 얘기, 질문들을 자주 받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영화적으로 속된 말로 무식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영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선에   있던  단편 영화였다. 학교 다니면서 틈틈이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고 조금씩 자신감을 쌓았다. GISFF에서 지원받아  영화를 만들었듯이 이런 식으로  미리 ,  센치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1 가족> 그렇고 이번 <셰어런츠> 그렇고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관심사가 굉장히 뚜렷한 감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관심사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1 가족> 때부터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인데 아이를 언제 낳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 고민이  있었다.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키워야 될까 하는 생각들도 들었고. 만약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게 될까 등을 고민하며   <1 가족>이었다.

<셰어런츠> 같은 경우는 아이들에 대한  인터넷에 올리는 부모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SNS 하나도 하지 않는다. 근데 그걸 보고 소위 말하는 ‘눈팅 시작했다.   동안 엄마들이 많이 하는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까지  들어가서 봤다. 그러다 영국 BBC에서 기사를 쓰며 알려진 ‘세어런츠(Share+Parents)’ 대해 알게 됐다. 부모가 계속해서 아이의 일상에 업로드하고 그게 인터넷에 박제되는, 그런 문제들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최악의 경우 아이들의 사진이 아동 포르노 사이트에 불법으로 도용되기도 하지 않나. 이런 지점들에서 경각심이 들었다.

자녀의 일상을 동의 없이 노출하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고   있을까?
부정적인 인식에서 시작했다가 결국은 그들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끝났다. 영화를 위해 아이들과  부모님, 대부분 엄마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가 그냥 떠올리는 엄마의 모습과 똑같은 이들이  아이들의 추억을 빙자한 자신들의 욕심 채우기에 즐거움을 갖는지에 대해  이해가 됐다. 결국 그들의 삶에 즐거움이 너무 없다. 육아하는 엄마들을 보며 그런 지점에서 안타까웠다. 영화의 기획 당시 가지고 있던 부정적 마음들이 작품을 만들며 이해하는 방향으로 많이 돌아섰다.

SNS 세대로서 일상 노출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오늘 대화를 나누며 감독처럼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나는 SNS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거다. 어느 선까지 노출이 되는  서로에게 즐겁고 적절한  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SNS 시대를 넘어서 공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본다. 많은  공유하고 있지 않나. 내가 가진 물건을 편하게 동네에서 만나 교환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이 결국 어디까지 공유하고 어디까지 서로를 오픈할 것인가에 문제의식이 있다. 외국에서는 ‘셰어런츠 넘어 ‘하이드런츠(Hide+Parents)’ , ‘감추는 부모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감독의 확실한 문제의식만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선명한 비유 혹은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같다. 그중 하나가 영화  아이가 SNS 닉네임인 ‘또리로만 불린다는 거다.
엄마가 아이를 캐릭터화 하는 것이 폭력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 본명인 ‘시원이라 부르는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 밖에 없다. 웹상에서도 시원이는 ‘또리 거고 심지어 엄마에게도 시원이는 ‘또리 뿐이다. 예전에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동국씨 아들이 “대박이 아니야.  시안이야라고 말하는    있다.  프로를 자주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에게 대박이라고 불리면서 유명해지는  아이에게 즐거운 일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작품  시원이 역시 결국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또리이기보다 그저 놀이터에서 친구랑 노는 시원이기를 바라지 않을까?

시원이가  가지고 다니는 인형은 마치 시원과 엄마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같다. 시원이가 엄마이고 인형이 시원인  같은?
영화 속에서 인형을 챙기는  시원이 하나다. 인형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그걸 보살피는  시원이 뿐이다. 영화 후반부 엄마와 시원이 함께 생일파티 현장을 도망 나올  자세히 보면 시원이 엄마한테 말해서 인형을 직접 주워오게 만든다. 엄마가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고 느껴 시원이 더욱 인형에 집착하는 거다. 근데 엔딩부에서 그렇게 사랑하던 인형을 던진다. 엄마의 변화와 아이의 변화가 같은 방향으로 흐를  메시지가   전달될  같아서  설정이었다.

엔딩에 나오는 집은 이전에 살던 집이 아닌 조금은  허름해진 공간이다. 예전의 화려함도 없고 작은 방에 시원이 혼자 앉아있다.
닫힌 문을 보여주면서  시퀀스를 시작한다. SNS 스타인 딸이   엄마가 원하는 , 사랑하고 공들인 딸이었다면 SNS 그만두고 평범하게 돌아온 삶에서의 딸은 양육해야 하는 스트레스 대상으로 변한다. 그렇게 됐을  엄마는 아이의 양육을 어느 순간 조금은 놔버리지 않았을까? 아이의 행색이 허름해진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고.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어 그날 들은 다양한 감독 의도들을 이곳에  옮기지는 않았다. 작은 질문 하나에도 자신의 신념과 그것을 녹여내고자  방향성 등을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답해  덕에 누구보다 깊게 작품을 이해한 느낌이었다. 영화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영화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망설임 없이 대학원에 입학했다. 3~4개의 작품을 만들 정도로 경력을 쌓아온 그에게서는 여전히 시작하는 사람에게만 느낄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퍼져 나왔다.

가장 공들여 찍은 씬이 있다면.
생일파티가 열렸던 키즈카페 . 생일파티   같이 영상을 보는 부분을 굉장히 호러처럼 찍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현장 상황상 욕심만큼 담아내지 못했다.  부분에서 어떤 무서운 분위기를 극대화시켜 놓고 나서 밖으로 나와야 감정선이 되게 차가워질  같았다. 초반 배치도 나름  러블리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내가 미술감독이니까 티셔츠 디자인도 직접하고 소품들도  맞춰서 핑크색으로 해서 부드럽게 찍으려고 했었는데 생각만큼 기이함? 서늘함?  녹이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너무 과감한 선택을 하다 보니 현장 모니터링이  힘들었다. 뭐냐하면  장면 안에서 속도 조절을 하고 싶어서 어떤  200%  어떤  75% 속도가 늘었다 줄었다가 한다. 그런 속도감을 배치하는  목표였는데 현장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면서. 고속으로 찍다 보니 사운드가 한꺼번에 물렸다. 가뜩이나 코로나19 겹치면서 공간 대관료가 올라가고 대관도 쉽게  내주다 보니... 재촬영에 어려움도 있었다. 아쉬움이 많다.

다음 작품에 대해 구상 중인  있나?
내가 원래 대안 가족에 대해 관심이 많다. 오늘날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곱씹을  있는 작품을 써볼 예정이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공동체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그런 공동주택에 모이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장편을 목표로 조금씩 쓰고 있다.

 역시 감독 본인의 경험이 많이 투영된 선택일  같다.
본가가 제주도에 있다. 스무   대학에 오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한 건데 어느 순간 1년에  번씩 만나는 가족이 진짜 가족일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위안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은 심적으로 위로가 필요했을  가족들이 곁에 없으니까.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면서 매번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요즘 힘들다고 울고불고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들이 원하는 ‘아들 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진정한 가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끝으로 광화문 펀드 프로젝트의 앞선 수상자로서  마디 부탁한다.
아까 말했듯 대한민국에서 단편을 만들고 독립 영화를 하는  쉽지 않았다. 용기를 갖고 오래오래 버텨낼  있는  필요한  그때 이런 제작 지원이 정말  힘이 된다. 더욱이 GISFF 상영도 가능하니까  지원이 계속해서 나를 버틸  있게 해줬다.

나는 사실 글을 되게  쓰거나 영화를 엄청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근데 그렇게 전해 받은 용기 덕분에  년을    있었다. 때때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때도 있겠지만 시간  분배해서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충분히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그런 기회를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전문 : ​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 꾸준함과 열정.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따뜻하고 친절했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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