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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Feb 01. 2023

RM 정규음반 <Indigo>

대중 감각, 음악성을 모두 증명한 음반

말하고자 하는 욕망과 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하다. 2022년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 이후 내놓은 리더 RM의 정규 음반 < Indigo >에는 인간 김남준의 생각과 사고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팝스타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함 혹은 평온한 일상의 필요성과 타인에게 전하는 위로가 동시에 교차하는 식이다. 지난 솔로작 < Mono. > 역시 직접 가사를 쓰며 '나'를 적극 드러냈지만 이번 음반만큼의 '듣는 맛'은 부족했다. 전작이 모노톤의 단조로운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정을 토해냈다면 신보는 적소에 록, 일렉트로닉, 포크 등을 배치해 듣는 즐거움을 높였다.


이 같은 장르의 다양성은 'Still life', '건망증', '들꽃놀이'와 같은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펑키한 힙합곡 'Still life'는 클랩 사운드, 관악기 등을 밀도 있게 배합해 '94 livin' in 한남대로 91 look at my 탄탄대로 / 갈 일이 없어 이젠 강남대로 월세 밀린 넌 빨리 당장 방 빼고' 노래하며 스웨그 넘치는 삶을 그린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포근한 멜로디를 얹은 '건망증'은 자칫 건조할 수 있는 노래에 맑고 청아한 뮤지션 김사월의 보컬과 따뜻한 가사를 엮어 매력을 높이고, 빌보드 싱글 차트 83위까지 오른 록 트랙 '들꽃놀이'는 힘 있는 곡 전개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묶어낸다.



여러 장르를 끌어왔지만 핵심은 치우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앞서 언급한 < Mono. >를 비롯한 RM의 이전 작품과 슈가(Agust D), 제이홉이 발표한 솔로 음반 등이 강렬한 음악적 이미지 제공에 일차적 목표를 뒀다면 신보는 음악 청취의 난이도를 낮추고 '이지 리스닝'을 대표 키워드로 내세운다. 그 결과 현재의 상념을 표현한 작품의 메시지가 생생히 귀에 걸린다. 해외 팬들을 고려한 듯 영어 가사로 전반을 채색한 'Closer'가 전형적인 팝송의 부드러움을 따라가고, 날카로운 전자음이 부서지는 'Change pt.2'가 다소 이질적 인상을 전하기는 하나 이를 상쇄할 대중성이 이 음반엔 있다.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후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행보는 '대중 지향적'이었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Yet to come' 등 근래 그들의 히트곡은 분명 쉬웠고, 편했으나 음악적으로 평이했다. RM의 이번 음반은 쉽고, 편함 사이 적절한 음악성까지 겸비한다. 정신없이 바쁜('Hectic') 삶 속에서 호텔에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외로움('Lonely')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 시대 대표 팝스타가 전하는 이야기가 좋은 음악 위 쉬운 선율을 타고 전해진다.


“No lookin' back, no / 이젠 니가 널 지켜줄 거야”


끝 곡 'No.2'의 뒤돌아보지 말고 뮤지션인 '내'가 아닌 '너'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외침까지 작품엔 선명한 위로가 스친다. 조타를 쥐고 움직일 줄 아는 뮤지션 RM의 현재를 매끄럽게 녹이며 그가 지닌 음악성, 대중 감각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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