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앨범 리뷰

에이치 얼 랏 -< H A Lot >

★★★☆☆ 시원하고 강력한 록 사운드의 귀환!

by 박수진

오랜 인디 팬이라면 가슴 설렐 멤버 구성이다. 대중에게 모던 록의 매력을 알리고 지금도 쉽게 귀에 걸릴 멜로디로 마음을 녹인 델리 스파이스, 마이 앤트 메리. 2010년 초 잘 들리는 하드록, 메탈로 인기몰이를 한 옐로우 몬스터즈, 2012년 데뷔 이후 꾸준한 홍대 공연으로 명성을 누린 리플렉스와 코어매거진까지. 굳이 과거를 회상한 필요도 없이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는 실력파 그룹의 정수를 조금씩 모아 만들어진 밴드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이건 밴드 사운드다. 실로 반가운 기타, 베이스, 드럼 3합체제로 쏘아 올린 완벽한 록 밴드의 출현!


드럼은 있는 힘껏 타성을 높여 리듬감을 만들고 2개의 기타는 가감 없이 출력을 높인다. 한여름 록 페스티벌의 열기를 간직한 첫 곡 ‘Easy’, ‘Never ever’가 그 대표곡. 그러나 멤버들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룹의 확실한 특성이자 특장점은 멜로디 메이킹에서 등장한다.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Prom’, 하드록의 성향이 짙게 느껴지는 ‘711’,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리듬 기타가 견인하는 록 발라드 ‘We will be fine’, 거기에 타이틀 ‘If you ask me’까지. 수록곡은 선율을 놓치지 않고 끌어낸다. 대중과 거리가 있는 장르를 취했지만 이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음반의 결말을 열어두고 있다.


앨범의 시선을 찾자면 내면이다. ‘어렵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라며 자조적으로 일갈하는 ‘Eazy’를 비롯한 ‘We will be fine’, ‘711’은 밴드의 성장을 주된 가사로 삼고 ‘내게 소리쳐 봐도 들리지 않아’ 외치는 ‘Prom’, ‘네가 왜 떠났는지 모르겠다, 내 전부를 잃고 싶지 않아’ 매달리는 ‘Never ever’는 사랑 노래다. 덧붙여 보다 개인적인 성장담의 ‘Nothing but a dream’, 보다 솔직한 실패 이후의 다짐을 담은 ‘If you ask me’ 등 음반은 꾸며낸 소재를 끄집어 질료로 삼지 않는다. 다만 모호한 지점은 존재한다. 전체 가사가 영어로 적힌 ‘Many knots’는 끝없이 ‘나는 잃을 게 없다,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 가’ 반복하는데 그 화살 끝이 사랑인지 자신에게 향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10개의 수록곡 중 4개의 노래가 영어로 적혀 어느 순간에는 의미를 알고 즐기기보단 그저 일차적 흥겨움만 맛보기 바빠진다.


그러니까 이건 요즘 음악에서 자주 마주하는 장면인데 실컷 뛰어놀 비트와 따라 부를 선율을 만들어놓고 공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잘라내 버리니 이에 따른 적당한 당위성이 어디에도 없다. 직선적으로 와 닿을 한국어 노랫말의 부재에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굳이’라는 의문 역시 어쩔 도리 없이 이어진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야 잘 흡수할 수 있지 않은가.


푸념은 이쯤하고, 종합하면 앨범은 인디신의 주목해 볼 물결을 만들고 있다.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달달한 혹은 아주 신나거나 힙한 사운드로 가득 메우지 않고 마치 모던록과 메탈을 결합한 듯 함께 호흡하기 좋은 밴드 사운드를 구현했다. 앞서 말했듯 한여름 록 페스티벌의 뜨거운 열기와 더불어 가을의 서정적 록 발라드까지 고루 갖춘 음반. 여름과 가을의 공존 속 그들의 ‘마이웨이’에 우선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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