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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앨범 리뷰

인생 10곡!

고민하지 말지어다. 먼저 떠오르는 그 곡이 바로 인생 노래일터이니

by 박수진

서영은 ‘혼자가 아닌 나’

시작부터 신파다! 누가 나의 삶에 버거움을 주었나...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에게 혼나든 세상에게 혼나든 힘들 땐 꼭 이 노래를 들었다. 노래는 그대론데 짊어진 고민은 날로 무거워지니. 별 수 있나. 리플레이!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Complicated’

울 엄마의 박수진 키우기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큰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미스 춘향 대회 내보내기, 또 하나는 양희은 같은 포크 가수 만들기. 말하자면 가슴 아픈 이유로 모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이 곡을 얻었다. 중학교 내내 통기타로 연습하던 곡. 내게 에이브릴 라빈은 ‘Sk8er Boi’보다 ‘Complicated’다.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Because of you’

내 안에 ‘소울’이 있는 줄 알았다. 너도 나도 씨야, 가비엔제이, 장혜진에 빠져 가창력, 코창력을 선보일 때 난 조용히 프린트한 가사지를 꺼내들고 이 곡을 연습했다.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인 < 아메리칸 아이돌 >의 우승자란 것도 나중에 알았다. 모든 세상의 중심이 나인 줄만 알던 그때 그 시절 억지로 새긴 내 눈물 자국은 바로 이 곡에서 시작됐다.


3호선 버터플라이 ‘스모우크 핫 커피 리필’

단 하나의 명반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3호선 버터플라이의 < Dreamtalk >(2012)다. 대학 시절 처음 듣고 느낀 카타르시스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소음과 불협화음이 미끄러져 난해한데 뭔가 알 거 같은 그 감정. 음악이 내 마음을 그려내는 것만 같았다. 그 음반의 첫 곡. 스모크가 아닌 ‘스모우크’라 발음하는 시적 여운에 취한 자, 이 곡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니.

브로큰 발렌타인 ‘화석의 노래’

홍대의 라이브 클럽을 전전하며 이들을 처음 알게 됐다. 굵직하고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와 시원시원한 가창.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데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취해 다이어트를 위한 줄넘기를 돌리며 이들의 곡을 많이 불렀다. 뜨겁고 습한 방콕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컬 반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그래서 더 믿기지 않았다. 열기 가득한 내 20대 초반을 담고 있는 곡.


트레이시 채프만(Tracy chapman) ‘Fast car’

유튜브를 타고 타며 음악을 듣다가 이 곡에서 딱 멈췄다. 나른하고 쫀쫀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중성적인 보컬의 목소리. 별 생각 없이 노래에만 꽂혀 반복 재생을 하다 몇 년 뒤 우연히 이 곡을 다시 만났다. 한 음악 강의에서였는데 알고 보니 흑인의 처연한 일상을 비유한 가치 있는 곡이더랬다. 내가 요새 그 강의 조교를 한다. 이즘과의 첫 만남 어찌 잊을 수 있으랴!

파이스트(Feist) ‘My moon My man’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 판의 미로 >처럼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운 노래다. 기본이 되는 베이스 리듬과 요기저기 가미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한번 들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파이스트의 보이스 칼라까지. 음악을 좀 제대로 들어볼까 싶어 당시 열심히 읽던 매거진에서 발견한 곡으로 이후 주구장창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이 노래의 백미가 무엇이냐 하면 중후반 몰아치는 사운드 격돌이니 놓치지 마세요.


스타세일러(Starsailor) - ‘Alcoholic’

전반에 서린 멜랑꼴리한 비장미. 칼을 빼내듯 튀어나가는 속도감 있는 전개. 록, 어디까지 만나봤니 하면 한 때 전 이 정도로 ‘록에 젖어 있었습니다’ 답하며 살며시 이 노래를 귀에 꽂아 주고 싶다. 2012년 < 부산 록 페스티벌 >에 갈 요량으로 출연진을 검색하다가 이 곡을 알게됐고 이후 난 깨달았다. 뒤늦게 내 인생이여 음악이란 파도를 만나 헤엄치겠구나.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삶에 허덕이는 가방 끈만 긴 학생이여라.


콜드플레이(Coldplay) ‘Don’t panic’

나도 안다. 콜드플레이가 지금 얼마나 비싼 음악을 하는지. 다만 ‘Viva la vida’, ‘Adventure of a lifetime’, ‘Paradise’ 등 듣자마자 황홀경이 그려지는 요즘 날의 그들도 좋지만 가끔은 1집 < Parachutes >(2000)의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얘네가 그렇게 잘나간다며?’ 하며 전 음반을 구매할 목적으로 산 그들의 첫 음반. ‘Don’t panic’을 들으며 돌아나갈 수 없는 우울감과 서정성에 매료됐다.


켄트(Kent) ‘Socker’

켄트와 나의 접점은 없다. 스웨덴 밴드고 노래도 다 스웨덴어로 부른다. 그래서 난 이들의 노래를 멜로디로만 떠올린다. 그리고 내 멋대로 상상하는데 이 곡은 내게 슬프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기억된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모르고 그냥 어느 순간 내게 남아 있는 곡. 2016년 해체했고 마지막 음반의 타이틀 ‘Air ar inte langre dar(We are no longer there)’을 들으며 이들을 멋지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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