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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Nov 25. 2020

샘 스미스 <Love Goes>

★★★☆ '샘 스미스' 넘어서기

샘 스미스의 스펙트럼은 넓다. 첫 정규작 < In The Lonely hour >(2014)의 'Stay with me', 'I'm not the only one' 등의 발라드. 또한 그 이전, 디스클로저의 'Latch', 너티 보이의 'La la la'에 목소리를 얹으며 증명한 일렉트로닉의 소화력까지. 가을의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감성적인 보이스 칼라를 지녔지만 어떤 면에서 그는 분명 여름의 생기를 분출한다.


세 번째 정규 음반은 바로 그 여름과 가을을 담는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여 총 17개나 되는 수록곡에서 전면부는 댄스 위주의 밝은 노래로 후반부는 발라드. 그리고 다시 끝은 조금의 업 템포로 채웠다. 몇몇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일렉트로닉, 댄스, 발라드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장르를 욕심껏 끌어왔다. 평균 중량도 적당하다. 이전 디스코그래피가 그랬듯 팝 제너레이션의 구미를 마구 당길 이지 리스닝형 노래를 전면에 매끄럽게 안착시켰다.


누구나 작품에 최고의 기량을 쓴다. 이 지점에서 음반은 다소 모호하다.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Dancing with a stranger'가 작년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면 현재로서 힘 있는 싱글이 없다. 과거와 같이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 속 'Diamonds', 'Another one', 'Dance' 등의 듬직한 댄스곡들이 펼쳐진다. 'For the lover that I lost', 'Breaking hearts', 'to die for' 등은 부인할 수 없는 샘 스미스 표 고품격 발라드.


그럼에도 앨범이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여기에 담긴 기량이 과거의 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끈 'Stay with me'의 꽉 찬 코러스가 'Breaking with hearts'. 'Fire on fire'로 소환된다. 물론 'Love goes', 'kids again' 등 중간중간 변주를 넣고 부피를 채운 매력적인 결과물도 있다. 풀-랭스로 음반을 듣고 디깅해야 만날 수 있는 숨어 있는 노래들이다.


샘 스미스의 브랜드 네임을 정확히 대변한다. 처음 대중에게 자신을 알린 댄스부터 이후 확실히 존재를 인식하게 한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곡들을 가져왔다. 빼놓을 수 없는 가창 실력 역시 여전하다. 많은 것들이 꾸준히 생생한 와중 신선함이 무뎌진 것도 사실. 기존의 이미지와 작법의 반복이 그를 찾는 마음을 조금 식게 한다. 강렬한 첫인상과 그 잔상이 남긴 그때 그 시절로의 귀환. 향수가 짙고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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