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선생님

토끼반 아이들

by 또자네 이야기방

토끼반은 만 3세 아이들, 열일곱 명이 모인 반이다.
우리나라 나이로는 다섯 살.
생일이 빠른 아이들 중에는 아직 네 살인 아이도 섞여 있다.


처음 유치원에 온 날.


선생님 이름을 소개해야 할 텐데,
이름을 불러도 아이들은 잠잠.
노래를 불러도 역시 잠잠.


마치 동물원에 처음 와서,

선생님이 원숭이인 것처럼 신기한 표정으로 내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자, 선생님 소개를 할게.”
“선생님 이름은 캥거루란다.”


아이들 눈이 한꺼번에 휘둥그래졌다.
반짝이기 시작한 시선은 모두 선생님의 입에 고정되었다.


“음, 선생님에게는 네 살 된 아기가 있는데 말이야.

잘 때마다 선생님 배 밑에 있는 주머니에 발을 쏙 넣고 잔단다.”


(실제로 우리 아들은 내 잠옷 바지 속에 발을 넣고 잔다.)


“너희도 선생님에게 달린 주머니가 궁금하지?”
“그럼 밤에 잘 때, 선생님 집에 찾아와 봐. 선생님이랑 같이 자면 주머니에 발 넣게 해 줄게.”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찾아오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석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아직 내 몸 어딘가에 주머니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나를
“캥거루 선생님!”

하고 아주 열심히 불러 댄다.


“캥거루 선생님!
저기 벌레 나왔어요.”

캥거루선생님삽화.png AI 활용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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