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똑선생 Nov 24. 2020

'자유 시간'에 당황하는 아이들

자유도 누려본 사람이 제대로 누린다.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 어른들도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 자유롭게 출퇴근하기를 원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서 먹고 싶어 한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고 친구와 있는 시간에도 내 의지대로 하고 싶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들은 활동이 끝나고 시간이 남거나 체육 시간인데 갑자기 비가 와서 나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자유 시간 주세요.”

‘자유 시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나?’

학교에서 종소리에 맞춰서 공부하랴, 방과 후에 학원 다니고 숙제하랴 자기 마음대로 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조금은 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할 건데?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그래. 오늘은 자유 시간 줄게.”

“와!!”

“감사합니다!!”


여기저기서 기뻐하는 목소리와 환호소리가 들렸다. ‘이토록 자유 시간을 원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진도 나가느라 수업과 활동으로 꽉 채웠는데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자유 시간을 주고 나니 궁금했다. 아이들은 자유 시간에 뭘 하고 싶었던 것일까?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시끄러우면 다른 반에 방해가 될 텐데 어쩌지?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도 그냥 대화를 나눌 뿐 뭔가 대단한 놀이를 하지는 않았다. 각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뭘 할지 의논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기대보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고 뭘 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자유란 어떤 뜻일까?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  



아이들에게 자유 시간은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갖고자 한 시간이 아니라 ‘그냥 나를 내버려두어주세요.’라는 의미의 시간이었다.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자유시간이라고 꼭 뭘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내가 교사인지라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착각을 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었다. ‘자유’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멍 때리든 뭘 할지 고민을 하든 그 자체가 자유인데 나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 생각은 아이들이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은 자유 시간을 보내본 적이 별로 없다. 시간이 날 때 기껏해야 스마트폰 게임을 하든 유튜브 영상을 볼뿐 뭔가 생산적인 일을 계획해서 자유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자유를 누릴 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보며 나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았다. 나 또한 틀에 박힌 학창 시절을 보내며 내 시간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별로 없기에 대학생이 되어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그토록 바랐던 대학생이 자유인데 막상 자유 시간을 맞이하니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어쩔 줄 몰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서툴렀던 것이다. 아이들도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자유 시간이 좋을 줄 알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선생님이 뭐 할지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엄청 신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할 게 없었다는 아이도 있었다. 다 같이 피구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아이도 있다.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집안일에 회사 일에 떠밀려 내가 시간을 좌지우지하기보다는 시간에 이끌려 내 삶이 좌지우지되기 십상이다. 우리의 삶을 돌아봤을 때 시간의 우위에 서서 자신의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경영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갖추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시간을 경영하지 않으면 시간에 경영당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유 시간을 가질 틈 없이 누군가에게 계획된 삶에 익숙하기에 자유 시간이 낯설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자유 시간을 맞이했을 때 진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속에서 꺼내 시간을 분배해서 알차게 쓸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맞이하는, 혹은 오랜만에 맞이하는 자유 시간이 낯설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자유 시간을 많이 줘야 한다. 그래야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성숙할 수 있다. 뭘 할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내도 그 자체로 경험이다. 그 경험치가 쌓이면 다음번에는 고민의 시간이 짧아지고 활동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보다 더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자유 시간에 익숙해지고 뭘 해야 할지 스스로 계획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숙하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