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송희 Nov 20. 2019

사랑에 대하여 <02>

당신의 낭만은 몇 살인가요?

‘똑똑한 연애’라는 것이 ‘상대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계산 없이 사랑했던 시절의 낭만은 내게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상대를 소유하려 애쓰지 않고 푸른 들판에 자유로이 놓아주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여유는 사실, 나이가 들면서 내면이 성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지금의 내가, 연애 감정보다는 나의 일상과 나의 일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어쩐지 ‘낭만’이라는 단어는 지금의 나와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그런 것은 앞뒤 재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목 놓아 외치던 오래 전의 나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익숙한 거리를 거닐던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낭만이라는 것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예전의 나는 계산 없이 사랑을 하는 것만이 낭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계산을 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지난날의 나처럼 대범하고 용기 있는 고백을 할 수는 없게 됐지만, 나의 말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사랑을 지키는 방법임을 알게 됐으며,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내 안에 살던 낭만이라는 존재도 나이를 먹어서, 그때는 낭만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제법 사랑에 가까운 것들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만약 어느 날 누군가 뜬금없이 내 와인 잔 밑에 냅킨을 깔아준다면, 나는 그곳에서부터 사랑을 시작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뜨겁게 타오르는 것만이 사랑이 아님을, 그때의 낭만은 알고 있을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