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대하여 ; 횡이동 금지
MZ세대들의 회사생활에 대한 말들이 많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만 들어가도 하루에 한두개 이상의 콘텐츠가 노출이 된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너무나도 쉽게 박차고 나온다는 거다.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기성세대를 욕하고 MZ세대를 욕하고 서로 헐뜯기 바쁘다. Z보다는 M에 가까운 나도 적지않은 이직을 해왔다.
사회생활 10년 중 초반 5년 동안에만 4번의 회사를 옮겨 다녔다. 처음 2년, 6개월, 1년, 6개월, 3개월... 이유를 대라면 첫회 사는 당시 대표의 직원들에 대한 폭언이 스트레스인 가운데 업무강도가 너무 강했었다. 한 달에 10번 미만으로 집에 간 적도 있고 (나머지는 모두 야근을 넘은 철야였다.) 커피와 당시 처음 나온 핫식스나 레드불을 달고 살았다. 농담처럼 디자인 자판기라고 스스로를 부르기도 했었다. 스타트업 회사임을 감안해도 사수 없이 고강도의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젊음에서 오는 체력도 한계가 왔었다. 다음은 배울 수 있는 사수가 있는 회사를 찾아 연력이 꽤 되는 회사를 다녔다. 포트폴리오를 인정받아 대리 직함을 달고 다녔으나 역시나 야근 지옥이었다. 그 뒤로도 몇 개 회사를 넘어 현재 재직 중인 회사로 넘어오게 되었다.
1~2년마다 이직을 하고, 팀장으로 리더로 직책을 달고 일을 하면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2~3개월 길면 1년마다 교체되는걸 10년 전부터 많이 보아왔다. 그러다가 지금 회사에서 5년째 다니면서 보니 팀원들이 2~3년째 계속 다니는 걸 보면서 '얘네는 왜 안 나가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했다. 옆부서에서는 예전 다른 회사에서 봤던 것과 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직원이 바뀌는 걸 보면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왜 이직을 할까?
- 연봉이 적어서
- 직무가 생각과는 달라서
- 직장 동료(상사 포함)가 마음에 안 들어서
- 출퇴근이 힘들어서
- 내 미래가 어두워서(성장이 없어서)
- 회사의 미래가 어두워서
- 건강이 나빠져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위와 같은 이유가 많았다. 내가 이직을 거듭하면서 나름 여러 시스템과 사람을 접하고 디자이너 3명의 작은 스튜디오부터 전 직원 400명 정도의 중견 기업까지 겪어보면서 나 포함 팀원들에게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 연봉이 적어서
- 직무가 생각과는 달라서
- 직장 동료(상사 포함)가 마음에 안 들어서
- 출퇴근이 힘들어서
- 내 미래가 어두워서(성장이 없어서)
- 회사의 미래가 어두워서
- 건강이 나빠져서
그나마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보았을 때 저 두 개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은 30대 후반을 보지만 나도 20대와 30대 초반이 있었다. 그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 분야에서의 전문성 확보! 즉, 나의 성장이었다. 사수가 없는 상황이 더 많았던 나는 좋은 사수와 선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지금 20대나 30대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좋은 상사와 좋은 동료의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정확한 업무지시와 방향성 설정, 감정이나 개인적인 사심을 제외한 객관적인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고 나 자신의 성장과 팀원들의 동반 성장이 있어야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기에 내돈내산 책을 읽고 선물하고 강연을 찾아 듣고 추천하며 지냈다. 그 결과 일지 일신상의 이유가 아니고는 큰 인력 변화 없이 5년을 끌어왔다. 돌아보면 길었지만 팀원들과 같이 노력했기에 나 스스로도 큰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된다.
부사수였던 팀장을 작년에 웃으면서 떠나보냈을 때 전 글에서도 써놨지만 이제는 졸업시킨다는 마음으로 보냈다. 이 회사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다 채워줬다고 생각했고 그 친구도 다른 미래를 보며 떠났다.
나의 지난 경험은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입사할 때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목표와 기대를 앉고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 목표와 기대가 현실의 벽에 막혀 무너질 때 각자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하고 그 가운데 삐그덕거림이 생기고 결국 이탈이 생기는 게 아닐까.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나의 발전이나 변화 없이 환경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회사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시스템이나 근본이 되는 주축들의 변화 없이 좋은 사람이 들어와서 정착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내가 변하지 않고 이직만 계속해 봐야 저 위의 문제 중 한두 개만 바뀔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고 항상 비슷한 요소로 괴로워하고 이직을 반복하다 뒤돌아보면 1~2년의 짧은 경력들의 나열과 발전 없는 내 실력 속에 커리어는 박살이 나고 나이는 먹어 갈 뿐이다.
이직도 한철이다. 젊기에 혹은 어려서 뽑히는 경우들도 있다. 비슷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 아닌 더 좋은 환경과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위로 올라서야 한다. 옆집이나 옆방으로 옮겨봐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좋은 동네 혹은 더 높은 층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다른 눈높이도 세상을 볼 수 있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팔자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