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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Jan 02. 2020

강펀치 in 이발로 (7)

미카마카 마카마카 속상하다 마카마카

노던 라이츠 빌리지에 들어온 하루차. 하루가 참 길다. 아직 오로라는 털끝 하나 못 봤고.. 아침에는 라디오 생방송 연결 때문에 살짝 긴장을 했다. 인터뷰 딴 건 보내 놨는데 이제와 동생에게 물어보니 전화가 안 되는 유심이었고. 그렇다면 오전에 리셉션에서 전화를 빌려야 했다. 다행히 리셉션에서 직원이 핸드폰을 빌려주겠다고 했고 연결도 무사히 마쳤다.


방금 재방송으로 연결한 거 들었는데 너무 웃기다. 주작 방송 미스터 라디오 진짜 최고의 팀, 우리 팀. 그나저나 나 딕션 나쁘지 않아서 놀랐다. 사리셀카의 직원분께 그래놀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택시를 불러 이발로 여행의 핵심인 노던 라이츠 빌리지로 향했다. 핀란드는 음식은 다 거지 같은데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다 좋다. 키토스 키토스.


노던 라이츠 빌리지는 천국이다. 왜냐면 하루 방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일까.. 외딴 숲 속에 통나무집들이 줄 지어 쭉 있고 캐빈의 한쪽 면은 유리로 되어있어 하늘을 볼 수 있다. 다들 액티비티를 하러 나갔는지 사람도 많지 않아 더 좋았다.


한적한 겨울 나라. 정말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짐을 풀고 사실 우리도 허스키 썰매나 스노 모터 라이딩인지 그거 하고 싶었는데 죄다 예약이 차서 둘 다 내일 걸로 예약했다. 일찍 일찍 움직여야겠다 내일은. 얼음 부수고 바다 수영하는 쇄빙선 투어도 하고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그건 로마니에미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결국 그건 못 하고 돌아갈 것 같다.


사실 오로라 헌팅 너무 하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포기. 허스키 썰매도 인당 10만 원 넘고 스노 모빌 어쩌고도 10만 원 넘지만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그냥 예약해 버렸다. 미안해 다음 달의 나야.


그렇게 '뭐하지' 고민을 잠시 하다가 그냥 무작정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발견한..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광경들. 이런 곳이라면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지연이가 두고 온 장갑을 가지러 돌아가서 고요한 숲 속에 나밖에 없었다. 눈 위에 그냥 누워있었다. 돈 주고 산 우리 집 매트리스보다 푹신하다. 겨울엔 겨우 4-5시간 정도밖에 누릴 수 없는 약간의 햇살 아래 눈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목이 마르면 고드름을 따서 그냥 먹었다.


여기 눈 재질이 되게 신기한 게, 우리나라에서 맞던 눈처럼 금방 축축해지거나 뭉치지 않는다. 눈이 뭉쳐지질 않아서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는데 녹아도 축축해지지 않고 툭툭 털린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뭔가 좀 다른 재질의 눈이다. 밥으로 따지자면 꼬들밥 같은 느낌. 그래서 더 뽀득뽀득 소리가 나나? 보슬보슬한 눈이다 암튼. 너무 좋아.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는 잠을 못 자서 인가 조금 피곤해져서 들어와 쉬었다. 그리고 2020년 첫 영화를 보았습니다. 늘 벼르던 '레이디 버드'. 그거 한 편 보고 불닭볶음면 하나를 후루룩 하고 2시간 정도 잠을 잤다.


이 곳은 정말 아름답지만 아쉬운 게 두 개 정도 있다. 첫 번째는 검색 때 봤던 아이스 바가 없다는 것. 이게 시즌제로 운영되는 건지 더 이상 아이스 바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좀 짜증 났다. 숙소에 비치된 안내책자에도 들어있는 내용인데 없다니 개짜증남. 거기서 술 먹는 사진 보고 예약한 것도 있는데 무슨 이상한 리셉션 옆에 레스토랑이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의 다인 것이다. 제기랄


두 번째는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오로라 못 보려나 싶은 것. 지금 밖에는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는데, 아까 달이 보이다가 사라진 걸 보면 오늘 날씨가 많이 흐린 것 같다. 많이 많이 속상하다. 흑 ㅜㅠ.. 자잘하게 어려운 건 온수탱크가 10분 정도 가서 샤워를 무조건 10분 안에 끝내야 한다는 거. 슬리퍼가 없다는 것. 금고도 망가졌다는 거. 그냥 묵는 데 의의를 두는 건 싫다. 오로라를 보고 싶어. 동생은 낮잠 자며 오로라 보는 꿈을 꿨다고 하는데 나는 꿈도 못 꿨다. 못 보고 떠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서 해가 있을 때 눈을 더 봐 둬야겠다. 푹푹 나린 눈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최대한 많이 밟고 가야지. 잘 젖지도 않고 꼬들밥 같은 귀여운 눈 알갱이들.. 내가 꼬들밥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내일은 꼭 날씨가 좋아서 오로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발로 숙소들엔 슬리퍼가 따로 없다. 이 비싼 방에 슬리퍼 하나 안 놔주다니. 예전 어떤 포스팅에서 핀란드 여행 다닐 땐 슬리퍼 있으면 좋다는 걸 보긴 했었는데. 사우나 + 수영장에서도 그렇고. 아무튼 헬싱키 호텔에서라도 슬리퍼를 챙겼어야 했다. 뭐 빅 딜은 아니지만 그냥 좀 귀찮아지는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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