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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Feb 07. 2021

[넷플릭스 추천] 영화 '승리호'

한국 우주 SF 영화의 등장! 신파식 <카우보이 비밥>

2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 최초 우주 SF 대작 <승리호>가 드디어 공개됐다. 코로나 19 때문에 개봉이 밀리다 밀려 결국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하게 된 것인데,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게 영화관 개봉이 안 되어서 다행인 것인지 안 되어서 아쉬운 것인지 굉장히 애매모호한 마음이다. <승리호>는 어쨌든 기념비적인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그 만듦새는 둘째 치더라도 넷플릭스 시청을 강력하게 권한다. 정말로, 정말로 그만한 가치는 있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 퀄리티의 우주 영화가 나올 수 있단 말이야?"


인트로 신만 봐도 국뽕이란 게 강력하게 차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승리호> 와칭을 강력하게 권하는 이유 세 가지.


1.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CG 화면 그래픽, 마! 대한민국 이 정도야!

어차피 영화관에서 만 원 내고 볼 것도 아니니, 이것만 보기 위해서도 2시간 16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 충분히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 그림만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관에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다. 전투 씬이 강렬하거나 멋졌던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빚어낸 (자꾸 이러니까 태극기 같다) 최초의 우주 블록버스터를 목격하는 영광(정말 태극기 같다)스러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블레이드 러너가 생각나는 첫 장면에 이어 우주선이 날아다니며 우주 쓰레기를 수집하는 장면이라든가 데스 스타가 생각나는 UTS... (카피캣의 나라 삼성의 나라 한국이니까 일단 눈 감고 넘어가자) 분명히 눈은 즐겁다.



2. 다양한 레퍼런스...를 생각할 수 있는 기쁨..

굉장히 많은 우주 콘텐츠를 떠올리게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물론이고 구성원이나 '우주 쓰레기 청소부'라는 설정과 캐릭터 구성은 '카우보이 비밥', 마지막 장면은 '가오갤'이 떠올랐다. 도로시는 에드 같아.... 닮았어.. 장터 같은 곳을 보여줄 때는 '블레이드 러너', 외국인 배우와 한국 배우가 섞여 들어가는 가상공간을 볼 때나 한국식 이름이 들려올 때는 어딘가 '설국열차' 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배경적으로는 '스타워즈'와 '가오갤', 캐릭터 구성이나 이야기적으로는 '카우보이 비밥'이 자주 생각났는데, 뭐랄까- 대작급 우주영화 불모지인 한국의 첫 발판으로는 나쁘지 않은 설정이다 싶었다. 감독님도 그런 영화들을 많이 참조해 재밌을만한 요소를 모두 가져다 놓으려는 게 목표 중 하나지 않았을까. 이런 SF물이 많이 나오려면 일단 사람들이 많이 봐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큼지막하게 가야 한다. 어쨌든 우주 영화 좋아하는 제 팬심 겨냥하셨어요.



2. 태리 태리 태리야끼의 강력한 멋쁨

'카우보이 비밥'을 먼저 떠올리다 보니 태리야끼 님은 페이에 비교하면 좀 가냘프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폭풍 걸 크러쉬로 사망 직전에 이를 뻔했다. 선장님...



하지만 아쉬웠던 지점도 분명히 있다.


1.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러닝타임을 조금 줄이더라도 전개가 좀 타이트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형적인 SF 우주 영화에 한국식 따뜻한 신파 스토리를 가미한 게 어찌 보면 좀 과하게 느껴졌다. 인물 소개도 좀 앞부분에 나왔으면 좋았겠고... 태극기가 달린 승리호나, 꽃님 업동이 같은 한국식 이름은.. 조선판 좀비물인 '킹덤'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국식'이라는 게 중요하긴 했겠지만 킹덤에 로맨스가 없듯이 SF 우주물을 보면서 신파나 로맨스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욕을 퍼먹었듯이...


2. 많은 기시감과 아쉬운 전투 씬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인데, 보는 내내 기시감이 많이 들었고 전투 씬은 화려한 그래픽에 비하면 살짝 지루했다. '우리나라 기술력이 이 정도구나!' 하는 딴생각을 계속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3. 대사 전달력, 신파..

우주영화라 일부러 연출을 그렇게 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자막 없는 상태로 듣는 거라 조금 더 대사가 또렷하게 전달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내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톤 차이도 거의 없고 특히 업동이의 경우는 로봇이라 더 뭉개져서 들리는..


(이건 이런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너무나 한국 천만 영화스러운 신파가 가미되면서 우주영화 특유의 그 날카로움이 무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UTS를 그려낸 방식이나 세계관 자체는 트렌디한 느낌인데 내용에 신파 MSG를 너무 뿌렸달까. 따뜻한 분위기를 준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너무 쉽게 사랑으로 변하는 감정선, 게다가 그 과정이 인류애라기보다는 부성애처럼 그려져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정도 스케일의 영화에, 복잡하고 딥한 구성까지 들어갔으면 조금 어두워졌을 것 같기도 하고, 충분히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이들 혹평을 하기도 하던데(...) 나는 이 정도면 멋진 시도였고, 적어도 팝콘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솔직히, 조금 고무되고 미래가 기대되는 느낌을 받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어쨌든 이런 이유로 장단이 있는 작품이지만 혹시 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일단 (넷플릭스니까) 스킵해가면서라도 시청하기를 권한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고, 우주영화를 좋아한다면 적어도 몇 장면에서는 심장이 두근 할 지점이 있다고 본다. 갑자기 비밥이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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