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빡세

by DD Philosophy

남자들끼리 군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군 복무를 최전방에서 했든, 후방에서 했든 다 본인 군생활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싸우기도 하고. 얘도 힘들고 쟤도 힘들지만 난 내가 겪은 것이 제일 힘들었어. 이게 아마 정답이 아닐까 싶은데.. 꼭 군생활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상황을 아주 자주 겪는다.


어머니께서는 연세가 있으셔서 여기저기가 아프시다. 젊었을 때 수술했던 무릎은 계속 말썽이고, 나이가 드시면서 녹내장이 와서 안과도 다니신다. 또, 다음 달에는 다른 수술도 앞두고 계신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안과를 다녀오셨다. 안과에 가시면 산동검사라고 눈에 약을 넣고 하는 검사가 있는데, 이 검사를 하면 약기운 때문에 어지럽고, 운전을 할 수 없다. 안과를 다녀오시고 어지러움에 힘드시는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눈을 아파보니 다리 아픈 건 아무것도 아녀. 아니 뭐가 보여야지. 다리 아픈 건 눈으로 뭘 볼 수가 있잖아.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에 뭐가 있고. 이게 눈이 아프니까 어지럽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영 불편해"


젊으셨을 때, 수술하셨던 무릎은 이제 나이가 드시더니 비가 올 때마다 뻐근함을 느끼신다. 뻐근함의 정도는 있지만, 심하실 때는 거의 누워 계신다. 이럴 때는 또 이런 말씀을 하신다.


"다리가 아프니까 뭘 하질 못해. 움직일 수가 있어야지. 눈은 아파도 다리는 자유로우니까 움직일 수가 있잖아. 옆사람이 잡아주면 어디라도 가지. 이건 다리가 아프니까 어딜 가지고 못하고 꼼짝도 못 해"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다른 생각을 하시고 계신다. 과연 뭐가 맞을까? 내가 볼 때는 거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사실 다 맞는 말이긴 하다. 주어진 상황에서는 그게 맞는 말이 되니 어쩔 수가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럴 텐데, 다른 사람이 이러는 것을 이해를 못 한다는 사실이다.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사람들.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자주 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도 이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는 너무 당연한 이치인데, 이걸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이상하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도 자신은 자신에게 관대하면서, 남도 자기에게 관대하게 대해주실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분명 다르고 Gap 이 존재할 텐데, 이 Gap을 이해를 못 하고 본인을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노력을, 자신의 상황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을 다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죽기 전에 그런 사람을 만나볼 수는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본인에게는 관대하다. 남에게는 엄격하다. 그래서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든 것이다. 나는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대를 했다. 그리고 자대배치도 논산 육군훈련소로 받았다. 즉, 나는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대해서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제대했다. 나도 내가 제일 빡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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