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 May 29. 2022

한 사람의 삶으로 '인간 대우'에 대해 돌아보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 마피아 퀸>, 스포일러 없는 후기

모두의 삶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난 성매매와 노출될 일이 없다. 당연히 평범한 일반인들이 성매매를 할 일이 없지만 이건 나의 개인적 에피소드와도 관련이 있다. 어느 길거리를 걸어가다 어떤 할머니가 '학생! 여자 있어!'라고 한 걸 듣고 갑자기 겁이 나서 와다다 도망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성매매에 노출될 일이 없다기 보단 그때의 기괴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가까이하기 싫은 게 정답이다. 


그래서 성매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나 책에서 포르노 배우에 대한 묘사를 몇 번 보긴 했다. 당연히 이들도 사람이다. 뭐 인스타그램에 노출이 있는 사진을 올린다고 해서 이상한 일들을 겪어야 한다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보라고 올린 것 맞는데, 그걸 입 밖에 실제로 꺼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또 다른 차원 아닌가? 이는 사실 외국의 몇몇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많은 유명 셀럽들은 매력 있는 남자, 여자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당한다. 당장 네이버에 'dm 성희롱'이라 검색하면 기사가 몇 개 보인다. '무언가를 선택해서(유명해져서) 나쁜 일을 겪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좀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선택지를 고르기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인도에 한 여성 정치인이 이와 관련해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로 가보자.



실제로 있었다고 하는 몇몇 사건들


1960년대 인도다. 변호사 아버지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랐던 강가. 강가는 남자친구 한 명이 있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강가. 강가는 애인의 제안에 뭄바이로 향하게 된다. 근데 그것은 뭄바이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애인을 사창가로 팔아넘겼던 강가의 남자친구. 한 순간에 모든 게 사라졌다. 꿈과 목적까지 잃어버린 강가. 유곽에서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을 하며 남자를 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어쩔 때는 두들겨 맞기도 하는 강가. 그녀에겐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돌아갈 길 같은 건 없다. 이미 돌아가도 가족들에게 손가락질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멍투성이의 얼굴과 함께 지역 마피아에게 향한다. 복수를 원하는 강가. 복수는 보기 좋게 성공한다. 강가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 지역의 짱이 되겠다는 다짐을 아로새긴다. 많은 돈을 모으고, 같은 편의 사람들을 영입하며 점점 성장하는 강가. 영화는 강가라는 이름이 강구 바이가 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한 여인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해가 되는 소재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야한 장면 안 나온다. 영화의 후반부에 특정 인물의 연설 장면을 말하기 위해서 불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사람과 사람을 때리는 장면은 몇 번 나온다. 이 외에는 잘 짜인 스릴러라고 생각이 들었다. 인도라는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잘 감겨서 촘촘했다. 그런데 앞에서 적었던 영화의 하이라이트 신이 굳이 필요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들 수 있는 생각은 연대와 주체성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두 요소들을 낯설 수도 있는 인물을 통해서 무언가 뭉클하게 전달한다. 잘했다. 각본이나 디렉팅을 맡았던 제작진 분들은 좋은 선택을 골랐다. 그런데 굳이 그런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지가 전부였을까? 싶다. 얼핏 보면 그녀를 그렇게 만든 세상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녀가 매력적인 정치인이고, 또 자기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만 묘사해도 영화는 충분했다. 그런데 굳이 하이라이트 신에서 자극적인 단어가 나온다. 솔직히 불필요했다. 품위와 존엄성은 이 영화가 19금 코드를 적당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충분하다고 느낀다. 성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으니 나름의 품위가 생기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 상으로  후반부 한 10분은 컷 하거나 적당히 줄였다면 극을 보는데 깔끔했을 것 같다.


눈치 보며 춤추기


인도 영화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세 얼간이>이다. 알 이즈 웰!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로 웃고 춤췄던 인도 영화. 그냥 뮤지컬 영화니까 이런 거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일부만 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도 영화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부분이 개연성 없이 마구 난사된다는 것들을 몇 번 읽었다. 인도 영화라는 넷플릭스의 분류 등급을 읽기 이전에 염려부터 했다. 마피아 퀸이라는 부제만 봐도 이 영화는 범죄/스릴러인데 갑자기 춤추고 노래할까 무서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 이런 요소들을 아예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있을 때 들어갔고, 없을 때 없다. 그러니까 극을 볼 때 나 같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각본을 쓴 사람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본 티가 난다.


밝은 건 밝고 어두운 건 어둡게


또한 이 영화하면 생각나는 강점은 색감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는 대조되는 흰 옷은 곳곳에 자주 쓰인다. 정치인으로 연설할 때, 최후 반부 엔딩신, 유곽에 잡혀온 애들을 해방해줄 때 등등 뭔가 감독이 인물들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이 들 때 흰 옷이 나온다. 감독이 인물의 의상으로 처지를 비유한 부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뒷배경에서 탁한 세트장을 고른 점이나 촬영했던 카메라 렌즈까지 색채 대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연대로 함께 나아가다


앞에서도 썼듯 영화의 주요 소재는 연대다. 그리고 부제는 '마피아 퀸'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 강구 바이는 마피아와 연대를 한다. 이 마피아는 주로 남자로 묘사된다. 만약 마피아까지 여성으로 묘사됐다면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마피아들의 성격이 나름 합리적인 부분이 있는 점이나 선한 남성 캐릭터도 출연했다는 부분은 감독이 단순히 여성 서사만을 중심으로 극본을 짜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하다. 뭐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묘사를 중심으로 쓰는 게 주요 플롯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영화는 절대 이 사람들과의 연대가 현재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전부 다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보시면 안다.


좋은 퍼포먼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도 배우다. 인도 여배우를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 봤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당차고 씩씩하게 여러 관문들을 격파하고 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몰입이 되게 탁월한 묘사가 돋보였다. 만약 인도에도 영화 시상식이 있다면 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엔딩의 눈빛 연기에선 뭉클함도 있다. 또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도 당시 인도에 대한 묘사가 강점으로 잘 발휘되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영화 자체가 1960년대 인도 묘사를 적절히 잘해놔서 그냥 무난하게 보기 좋은 영화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것처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으니 다른 나라의 창작물들을 보게 되니 이런 건 참 좋은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영화의 후속작은 없어야만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