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 Jun 05. 2022

맞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포일러 없는 리뷰

밖에는 비가 내린다. 내가 앉은 카페 맞은편에는 '풍천장어 직판점'이 있다. 그리고 그 비가 오는 길거리에 한 남자 전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은 누구와 통화하고 있을까? 조잘조잘 웃으며 환하게 웃는다. 마스크가 없는 얼굴에 미소가 더 잘 보인다. 왠지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고 있을 것 같다. 그냥 친구랑 통화하는 거면 저렇게 환하게 웃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카페에 앉아서 늘 먹는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의 또 옆에는 화분이 덩그러니 있다. 그 화분에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써져있다.


으른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 초딩입맛인 .  카페는 라지 사이즈가 4  언저리라서 부담 없이 오기 좋다. 사회복무요원의 신분 덕에 돈이 없어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맞지만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을 크고 싸게 한다. 카페모카 류의 커피가 들어간 음료들도 비슷한 가격대지만   것만 판다.  이런 것만 보면 청승맞은 이유가 있다. 적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와도  역시   좋고 군것질이 좋다.  연인이 마이구미를 좋아하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그걸 매일 먹으면  편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할  같다. 금세 비가 오는 밖의 모습이 보인다. 우산  개를 가지고  커플이   잡고 걸어가고 있다.  우산은 누가 갖다 줄까?라고 자신에게 반문한다. 확실한  뭔가 른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매력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추적추적  맞으며 그냥 뛰어가야겠다. 2001년의 한국 어느 곳에서도 우산을 혼자  남자가 고민에 빠진  같다. 왓챠로 달려가 보자.



행복 회로 위이잉


우리의 주인공 봉수는 그냥 직장인이다.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 직장을 다니는 주인공.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좀 질렸다.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봉수. 봉수는 고민이 있다. 바로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다. 나는 왜 결혼을 못하는 걸까? 마음이 답답해진 봉수. 나 정도면 직장도 있고 성격도 괜찮아서 할 만하지 않나? 사실 아내는 고사하고 여자 친구도 없는 봉수지만 생각이 많아진다.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것 아닐까?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된다고 봉수의 불안은 점점 이뤄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우 이 끔찍한 이 기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옆구리가 시린 느낌이 평소 때보다 더한 것 같다.


이 외로움을 친구에게 주절주절 터놓는 봉수.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나만 빼고 사람들이 통화하는 꼴이 처량했다. 친구는 곧바로 답한다. “나한테 하지!”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속을 몰라주는 것이 답답하다. 그래도 봉수의 삶에 다행인 것이 있다. 바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친구였다. 그래도 너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내가 독신주의자인 너보다 먼저 할 테니까. 친구는 곧이어 대답한다. “너 민정이 알지? 걔 결혼한대.” “누구랑 해?” “나랑.” “그날 네가 사회 봐라” 알고 보니 기만자였다. 진짜 너무한다. 사회 보라는 말이 없었다면 비교적 덜 염장을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으아!!!!!! 나같이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왜 결혼을 못하는 거야? 세상은 역시 미스터리 투성이지만 그중 최고는 역시 결혼이거나 연애다. 나만 왜 못하는 걸까? 절규를 우아아아아악 내지르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봉수. 직장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맑게 웃는 여자와 뭐든 해내는 남자의 사랑이야기


영화는 봉수와 원주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한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우리가 아는 사랑 영화는 다양하게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맛이다. 귀여운 주인공들, 엇나가는 마음, 풋풋한 내면까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근데 이 영화는 다른 작품들에 갖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바로 타격감이다.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가 섬세한 느낌이다. 특정 장소 앞에서 내면을 털어놓는 장면, 형광등 가는 장면, 원주의 성격 묘사까지 영화는 파릇파릇한 장면으로 러닝타임을 채워놓았다. 그중 생각하는 최고의 풋풋함은 봉수가 마술을 배우는 장면이다. 현대 2022년으로 치면 MBTI쯤 될 마술. 사랑을 위해 마술을 배운다는 게 왠지 우리의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라 귀엽다. 근데 이런 자질구레한 소심함 설경구 배우가 캐릭터를 잘 살려서 귀여운 요소로 작용한다. 헤어스타일 + 코디 + 왠지 짠내 나는 성격 + 말투까지 실제로 이런 사람이 꽤나 많았을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다른 여주인공 원주의 캐릭터도 귀엽다. 원주는 보습 학교 선생님이다. 제법 따뜻한 선생님인 원주. 아이 한 명이 엉엉 울고 있어 ‘무슨 일이니’ 묻는다. 그리고 아이는 대답하다. “애들이 선생님 닮았다고 놀려요!" 예전에 기타리스트 조정치 님이  나와서 '같은 반 애들이 조정치 닮았다고 놀려요'라는 고민상담을 들어주던 짤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원주는 그것보단 유연하게 대처한다. 착한 원주. 우리가 아는 전도연 배우의 비주얼에 그런 캐릭터를 부여한 게 솔직히 납득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준다. 원주는 그렇게 내면이 깨끗한 사람이다. 영화는 이렇게 파릇파릇한 캐릭터들로 러닝타임을 끌고 간다.


풋풋한 이 느낌


두 주인공 설경구-전도연 배우의 이 작품 전작 <박하사탕>과 <해피엔드>가 생각난다. 광기가 폭발하던 <박하사탕>이나 불륜을 다뤘던 <해피엔드>까지 이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상큼 발랄한 모습이 보인다. 특히 전도연 배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전도연이란 사람을 실제로 아는 건 아니지만 왠지 이 배우는 상상력으로만 연기를 하는 건 아닐 것 같다. 이런 상큼 발랄한 성격이 내면에 있을 것 같다. 근데 설경구 배우의 짠내 나는 모습은 정말 새롭다. <킹메이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나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뒤틀린 내면까지 요즘 관객들은 모를법한 인물 연기가 재밌었다. 뭔가 왓챠라는 OTT의 순기능 같은 느낌?



있을 때 잘해라 인마


인연이라고 하는 것이 얼굴에 또박또박 적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런 미래를 예지 하는 능력 따윈 없으니 사랑에 울고 웃는다. 이 울고 웃는 것에서 오는 난제는 역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일 것이다. 영화는 이 난제에 대한 묘사도 빼먹지 않았다. 막상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의 욕심은 사실 우리와 그렇게 차이가 있진 않다. 나도 주말마다 카페에서 궁상과 주접을 떨지만 '아무나랑 사귀어라'라고 하면 싫다. 좀 별 것 아닐 것 같은 상황과 처지지만 이런 구석구석 디테일한 인물 묘사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미묘한 내면묘사는 '뒤돌아 본다'라는 행동이다. 내내 사랑스러운 톤과 분위기로 이끌어가지만 상실과 부재에 대한 인상적인 장면이 있으니 이 부분도 관객에게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라. 그리고 현재의 네 삶을 사랑하라'라는 고루한 주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마음과 정서가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 이유는 각본의 꼼꼼함 덕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엔딩이다. 두 주인공의 성격이 오롯이 담겨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래서 로맨스 영화를 보나 싶다.



깨알같이 담겨있어


어느 각도에서 보면 이 영화는 이야기 전개에 진전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잔잔하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소소한 디테일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왠지 점점 이뻐지는 듯한 원주, 우산으로 시작한 첫 장면, 봉수의 찌질한 대사 톤까지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좋은 대리만족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런 작품들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연애 빠진 로맨스>같이 19금 코드가 적절히 들어있는 게 떠오르지 극장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제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우리 한국영화의 힘을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사람의 삶으로 '인간 대우'에 대해 돌아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