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소서 너무 쓰기 싫은데 어떡하지
아.. 진짜 너무 하기 싫다. 큰일났다. 올해 사회생활 시작하고 차도 사고 쭉쭉 해야지 마음 먹기를 21개월동안 했다. 근데 막상 소집해제 하고 나니까 정말 너무 하기 싫어졌다.
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고 싶은 거 정말 많다. 어디 여행도 가고 싶고 신발질도 다시 하고 싶다.
언젠가 사랑을 찾을 거고 결혼도 하겠지. 누가 나더러 총을 들고 협박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 아니 사실 뭘 하든 상관 없다. 어떤 거 하고 싶어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으면 못사는 건 클래식한 소리다. 이 험한 사회에서 돈 벌고 잘 살고 싶어서 그렇게 개같이 살았는데 정작 막상 하려니 하기가 싫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기 싫냐면. 그 면접볼 때 왁스로 머리 올리는 게 싫다. 정장 입는거야 솔직히 그냥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면접 볼 때 만약의 확률로 절어버릴 내가 싫다. 그 면접을 하던 말던 난 그냥 개쩌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서같은 소리가 아무 의미가 없이 그냥 난 멋있다. 사람에게 공감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의지될만한 존재가 되고 싶은 내가 짱이라고 생각한다. 또 소집해제 전후로 헛스윙을 두번이나 쳤지만 난 확실히 남들이 못 보는 걸 본다. 단지 자기소개서를 쓰는게 귀찮을 뿐이다. 어차피 여기서 몇년 일하다가 프리랜서 작가 될 건데 애사심이 생기려고 하다가도 안 느껴진다는 건 뻔할 뻔자다. 당연하지. 내 미래는 글쓰기에 있는걸. 행정지원이건 경영지원이건 총무건 나발이건 그건 그냥 내 욕심으로 키운 또 다른 툴이라고.
그런데 이런 나도 진짜 웃긴게 GTQ는 또 따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나 혼자만 우기는게 아니라 그냥 스스로를 위해서다. 또 <악마들>리뷰도 써서 올리고 싶다. 오늘 딱 집중하면 쓰고도 남는데 내가 딴짓하느라 바빠서 못 썼다. 하지만 난 이게 재미있다. 사람들끼리 내가 좋아하는 것 이야기하고 감상이 넓어지면 행복할 것 같다. 이 모든 걸 하려면 최소한 먹고 살 정도는 되야 한다.
그래서 뭘 했고 대외활동을 했고 기사도 났다. 내가 좋아하는 박초롱 작가님처럼 남부럽지 않은 회사에서 근무하다 작가님 소리 듣고 싶어서, 그래서 그 모든 망신과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까 너무 하기 싫다. 내 야망? 어디에서도 대체될 수 없는 원앤온리가 되고 싶다고 방금 다 쓴 자소서에 적었다. 그런데 사실 내 야망 그런 건 없다. 브런치 들어오면 ‘회사가 당신 책임 안 져줍니다’라는 말이 대문짝하게 보여서는 아니다. 나는 글쓰는게 제일 재밌는 사람이라고. 이동진,김혜리,이은선같은 사람 나도 될 수 있다고. 근데 난 이 사회에서 살아남고 차도 뽑으려면 어딘가에 들어가서 소속되어야 한다. 난 일 잘하다가도 정말 못한다. 그래서 회사생활 잘 할지 솔직히 확신이 없다. 내 야망은 다른 곳에 있으니까. 말같지도 않은 자소서 쓰는 야망 키울바에야 방구석에서 레그 라이즈 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하. 이런 투정도 복에 겨웠는지도 모르겠다. 20대 동안 그 수많은 기회를 얻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정말 이게 맞나 생각밖에 안 든다고. 아니 사실 답은 정해져있다. 이미 아닌 걸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감성 에세이는 내기 싫지만 gv는 하고 싶은 내가 이기적인 걸까. 아니 당연하다. 될만하면 뽑히고 안되면 안 뽑히겠지. 인적성검사 잘할지 모르겠는데 대충 책 몇번 끄적이면 되지 않을까.
사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별 거 없다. ‘내가 글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중간단계가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 아무데나 붙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차라리 그럴바에 내가 항상 혼자라서 외로운 것만 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게 가장 중요하다. 나도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남자다운 걸 보여주려면 원래 야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야망 있다. 나는 개쩌는 사람이다. 그 무엇보다 깊은 걸 보여주는게 내 인생의 목표고 내 사람들을 지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독거노인으로 살다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 잘할 수 있을까. 앞서나가는 맛에 살았는데 이제는 정말 눈 앞에 서니 고민이 된다. 내가 맘놓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누구보다 깊은 위안이 되어줄 텐데.
텅 빈 내 마음을 야망으로 채운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는 야망,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야망이다. 하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나도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사랑 이전에 내가 뭔가 따뜻한 걸 나눌만한 사람이 많았다면 내 인생이 더 윤택하지 않았을까. 야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은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