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 작가
오종 작가의 작품은 일반 미술 전시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전시 공간이냐에 따라 그의 작품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그의 작품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오종 작가의 전시가 열리는 공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텅 빈 갤러리 벽이다. ‘작품이 걸려있어야 할 벽에 왜 아무것도 없지?’ 하며 유심히 주의를 둘러보는 순간, 천장에서 수직으로 내려오거나 벽과 벽을 잇는 얇은 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전시장은 작품을 걸기 위한 임시 거처로 활용된다. 그러나 오종 작가는 벽과 관람자 사이에만 존재했던 공간을 전체로 확장해 그의 작품 무대로 삼고 있다. 천장과 벽을 가로지르는 얇은 실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는 집중하지 않았을 계단 끝, 벽의 모서리, 바닥 한켠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22년 9월에 전시가 열렸던 원앤제이 갤러리는 특히나 지그재그로 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개성 있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오종 작가의 작품과 함께 보면 공간의 새로운 면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다.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 또한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오종 작가가 주 재료로 사용하는 낚싯줄과 가느다란 체인은 때로는 너무 연약해 위태한 느낌이 주다가도 바닥과 수직으로 팽팽하게 떨어지거나 완벽한 직사각형을 그리며 공중에 떠 있는 실들은 강인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어떠한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는 그의 작품은 묘한 긴장감 또한 불러일으킨다. 툭 치면 굴러가는 구슬 위에 균형을 맞춰 나무 조각을 고정시킨 <Line Sculpture #22>가 대표적이다.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긴장감이 주는 작품만의 아우라가 있다.
오종 작가의 작품은 장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작가 자신 또한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것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오종 작가의 작품은 어떻게 소장할 수 있을까? 작품을 구매하게 되면 작가가 직접 집을 방문해 공간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이에 맞게 작품을 변형해서 설치 해주신다고 한다. 따라서 되려 작품 보다는 작가가 더 중요해지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사를 하게 되면 이사 간 공간에 맞게 재설치 해주시기도 한다고 한다. 오종 작가의 작품은 이렇듯, 아트 컬렉팅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주기도 한다.
작가 계정: @jong_oh
본 전시: 원앤제이 갤러리, <낮음으로부터>
일시: 2022.08.2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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