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라이프 May 07. 2021

[Blank Ep.1] 블랭크에 왜 지원했어?

새로운 마케팅 영역을 발견하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답답할 땐 따릉이

스타트업 셔틀타요에서 마지막 출근하고 다음날.

4:30 AM.

자연스레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면서,

눈이 떠졌다.

아직 7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다.

다시 눈을 부치려 했으나, 잠이 안 온다.


아무래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고

나와서 그런지,

몸이며 정신이며 자연스레 긴장(?) 모드로

돌아갔나 싶었다.


괜스레 일어나서 의미 없는 팔 굽혀 펴기 몇 번 하다

다시 누웠다.


'잠도 안 오는데, 이제 뭐하지?'

'일찍 나가서 갈 곳도 없나?.... 따릉이!'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는 24시간 탈 수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급히 츄리닝에 모자를 눌러쓰고

따릉이를 타러 갔다.


다행히 집과 한강변이 가까워 바로 따릉이를 타고

한강변을 돌기 시작했다.


끼익끼익.

하필 기어가 말썽인 자전거를 골랐나 보다.

그래도 꾸역꾸역 페달을 밟아 나갔다.

한남동에서 잠수교를 거쳐 반포 쪽으로 향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새벽 공기만큼은 더없이 시원했다.


"하나, 둘, 하나, 둘"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만 한강변에 있는 건 아니었다.

출근하기 전 모여 타는 자전거 소모임도 보였고,

가볍게 조깅하는 분도 계셨고

한쪽 벤치에 앉아 멀찍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분도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긴 생각에 잠기면서

자전거를 페달을 계속 밟았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일출에 가까워서 그런지 어두컴컴했던 주위가

금세 밝게 변하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 향하면서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일출을 바라봤다.

불안함 반 기대 반.


'잘 되겠지. 잘 되자'


새벽에 따릉이를 타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

7:30 am.


매일 '일' 하나로 고민하면서 살다가

그 부분이 사라지다 보니 시간이 굉장히 여유 있게 느껴졌다.


'이제 무엇을 해볼까?'

'책을 읽어볼까?'


마음 같아서는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주문해서 읽고 싶었지만,

당장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바로 지출을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생각한 게 교보문고, 영풍문고처럼 큰 책방이었다.

오전 일찍 용산에 있는 영풍문고로 향했다.


선택한 책은 레이달리오의 '원칙'

입구에서부터 핫한 책이라고 해서 한번

읽어보자라고 마음먹은 거였다.

사람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앉아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읽다가 피곤하면 잠시 쉬면서 노트에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봤다.

그리고 다시 괜찮아지면 책 읽기를 반복.


집에 돌아와 서점에서 적은 것들을 다시 보고,

앞으로 5년, 10년 뒤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봤다.

잠 오면 잤다.


저녁에는 헬스클럽에 가서 이래저래 운동을 했다.

TV를 보면서 러닝을 했지만,

정작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다시 일반 회사생활로 돌아가는 게 맞나?'

'내가 어디서 즐거움을 찾는 걸까?'

.

.


며칠간 오전부터 저녁까지 따릉이로 시작해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블랭크? 여기는 뭐하는 회사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집에 와서

페이스북을 켰다.

스크롤을 주우우욱 하고 있는데,

'세탁조클리너' 영상이 보였다.


우리 집 세탁기가 거의 5년 이상이 되어가는데,

세탁조를 청소한다는 건 생각도 안 해봤던 터라

몰입해서 봤다.

꼭 사람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듯

영상도 짜임새 있게 구성이 잘되어 있었다.

그리고 영상을 볼 때 전혀 광고라는 느낌은 없었다.


영상을 거의 끝까지 봤을 때쯤,

자연스레 게시물에 있는 구매 좌표를 클릭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상에서 봤던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 문득,

'아니 잠깐만. 내가 온라인 광고를 보고 구매를 했던 적이 있었나?'

'내가 지금 뭘 본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급 발동했다.

이쪽 영역을 알아보니 '콘텐츠 커머스'였는데,

제품의 특징을 광고인 듯 아닌듯하게 영상으로 담는 마케팅 영역이었다.

더 알아보니 이쪽 영역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곳이

'블랭크 코퍼레이션'이었다.


마케팅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 출시부터 배송까지 모두 관리한다고 한다.

그리고 투자도 꽤 크게 받았고, 매출 성장세도 거침없었다.


'여기는 어떻게 된 회사지? 정말 궁금하다'


뭔가 새로운 영역이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이 회사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구글, 페이스북, 회사 홈페이지 등을 찾아보면서

당시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팀장님께서 올린 페이스북 구인 글을 읽게 되었는데,

요지는 단순 운영만 하는 마케터가 아니라 사업개발에도 감이 있는 마케터를 찾는다는 거였다.

감사하게도 이메일 주소도 남겨져 있어서

바로 내 소개와 함께 해당 직무에 관심 있다고 정리해 메일을 보냈다.


한 2주 정도 뒤에 답신이 왔다.

블랭크에서 인터뷰 보자라는 것.

GM 해보실 생각 있으세요?

블랭크에 지원 메일을 보내고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서치펌 회사에서

중국 영어교육 스타트업이고 한국에 진출 계획을 갖고 있는데,

나에게 한국시장을 총괄하는 제너럴 매니저에

관심 있는지 메일이 왔다.

진행이 된다면 영어면접으로 한다고도 했다.


'제너럴 매니저'라는 직함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다만, 직함이 어찌 되었든 초기에 셋업 하는 것이기에

사막에서 삽 하나를 가지고 우물을 파는 격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었다.

좋아 보이는 직함, 부서명은 늘 현실감 있게 판단해봐야 한다.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인터뷰를 보겠다고 했다.

이력서를 보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1차 인터뷰가 잡혔다.

지원하려는 회사에 대해 알아보니,

중국에서 굉장히 빠르게 커가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회사였다.


면접날.

나름의 준비를 하고 면접장소로 향했다.

간절함이 덜해서 그럴까 아님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에 지원해서 그럴까,

기분이 약간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면접관으로 나오신 분은 중국분 2명, 한국분 1명이었다.

영어로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가볍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와중에 느낌은, 중국분 2분께서 중국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시니

종종 알아듣기가 어렵다는 것.

나 스스로 면접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 회사와 경쟁사라고 할만한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GM으로서 어떤 단계를 거쳐 셋업을 해나갈 것인가?'

'마케팅을 펼친다면 처음에 어떤 작업을 먼저 할 것인가?'

등등의 실무 중심의 질문들이 쏟아졌고, 굉장히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영어가 잘 안 들렸기도 했고, 답변들도 내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안됐다.

결과는 안 좋았다.

결과가 좋았어도 중국분들과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데,

나 스스로 그분들의 영어가 잘 안 들렸던 터라

꽤나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그래 내가 관심이 많이 가고 해보고 싶은 곳에

올인하는 게 맞지'

'블랭크에 올인하자'

라고 다짐했다.

블랭크 Interview

8월 중순경에 블랭크에 면접 일정이 잡혔다.

정말 알고 싶은 영역이고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지원해서 그런지 약간 들뜬 마음으로 블랭크로 향했다.

회사 위치는 선릉 근처라서 집과 크게 멀지 않았다.


블랭크 스퀘어라는 곳에서 HR 담당자를 기다렸다.

짬이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공짜로 음료수, 과자, 컵라면, 커피 등등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었고

간간이 보이는 직원분들을 보니 대부분 나보다는 어려 보였다...


1차 면접을 보기 위해 회의실로 향했다.

내 경력이 좀 독특해서 그런지

왜 쿠팡에서 카카오로 갔는지,

잘 나가는 카카오에서 나와 왜 창업을 했는지 등등

주요 커리어 변환 시점마다의 이유를 많이 듣고 싶어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된 마케팅 팀장님께서

실무적인 지식들을 물어봤다.

CTR, CPC, CPM 같은 개념도 물어봤는데,

해당 개념은 마케터라면 기본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했던 것이라 괜히 물어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그 개념들을 엮어서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한다.

각각의 수식을 일단 써놓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서,

펜과 종이 한 장 그리고 1분 정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가 전에 마케터로서 경험했던 퍼포먼스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고 나왔다.


결과는

.

.

'합격!'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