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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Aug 10. 2021

[Tipp Life#2] 아이디어일 때가 가장 좋았지

구체화 단계는 뜨거운 맛의 시작.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https://brunch.co.kr/@ddulife/26


아이디어일 때가 가장 좋았지

5명이서 조촐한 저녁 회식을 하고 결정했던 건

각자의 주요 역할을 정하는 것과 어떻게 주기적인 미팅을 가져갈지였다.

아이디어 구체화 방향을 일치시킬 필요도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페르소나에게 먼저 테스트를 해볼 건지 등 논의해야 할 게 많았다.


저녁에는 각자 일들이 늦게 끝나거나 개인적인 일들이 생길 수 있기에 주기적인 전체 미팅은 이른 오전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보면 각자 말끔히 차려입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설정한 주제들을 명쾌하게 풀어내고 다음으로 넘어가곤 하는데...

이상적인 그림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았다.

회사, 개인적인 일 등으로 집에 늦게 가는 경우도 많았고,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에 시간을 쏟는 절대적인 시간이 각자 넉넉지 않았다.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로우나 각자 처한 지금의 상황들을 해쳐가는 게 아직은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구체화 작업을 데일리 라이프에서 최우선 순위로 옮기는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전 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디어 관련해 생각정리가 각자 된 상태에서 미팅 진행은 어려웠다.

모인 자리에서 의논하고 생각을 잡아갔고 결정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거북이걸음이었지만 조금씩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해볼 건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구글 설문지, 구글 캘린더, Wix, 워드프레스, Zoom, Hangout 등등 수많은 서비스들을 이용해 보면서

우리가 그리는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빠르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본 것이다.


서비스를 하나 익히고 우리 아이디어를 입히려고 하면 꼭 하나씩 어긋나기 일수였다.

프리토 타입을 만들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보자는 심정으로 Wix 코딩까지 연구를 하면서 끝끝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비스 이름도 나름 지었었다. 쏠빗(Solve + it).

웹사이트에서 모든걸 담기에는 어려웠고 내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고

스케줄을 선택하는 정도였다. 통화연결에 있어서는 Zoom 등을 별도로 활용해야했다.


짠하고 보여주고 싶었으나

일단 웹사이트 로딩 속도가 문제였고...

불러오는 사항들의 용량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속 뒤집어질 정도의 로딩 속도를 보였다.

알아보니 Wix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느리다는 말도 있었다.

거기에다 우리가 그리는 아이디어를 충분히 담지 못하는 듯한 사이트였다.

답답했다.


거기다 우리가 설정한 페르소나들을 어떻게 컨텍할 것이며,

초기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비용 등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제품이 나오면 부분마다 운영은 누가 할 것인지,

서비스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일즈, 마케팅, 운영, 디자인, 개발 등 각 분야가 점점 붕 뜨는 느낌이었다.


매주 만나서 의논은 하지만 무언가 잡히지 않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각자 하자라고 마음은 먹지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이어지다 보니 맥이 점점 빠졌었다.

자연스레 내부 의견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으쌰 으쌰 하는 힘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딱 같이 하자고 한 지 100일 정도 되었을 때다.

뭔가 하고픈데 잘 안풀리니 짜증만 났다.


I think I can make it

이른 오전.

 회사 어느 회의실.

시원님과 커피타임을 가졌다.


두연: 생각해봤을 때, 지금 만든 사이트로는 뭐 어떻게 하면 시장검증을 해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중간에 운영 공수가 많이 들어갈 것 같아요.

외주를 써서 구현을 해달라고 해야 하나...

근데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닐 거고....

무슨 방법이 없을까? 시원님 혹시 주변에 개발자 친구 없어요?

시원: 음... 두연 님 제 주변에 생각나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정말 똑똑하거든요.

두연: 근데요??

시원: 전에 미국에서 같이 사업한 친구기도 한데... 연락 안 한 지가 좀 오래되어서...

두연: 에라이, 일단은 그래도 연락 한번 해보죠. 모르잖아요?

시원: 알았어요. 뭐 해서 나쁠 건 없으니. 연락이라도 받아줬으면 좋겠네요.


며칠 후,

두연 님~!! 하고 날 찾는 시원님의 얼굴이 매우 밝다.

너무 힘들어서 밝은 척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컨텍했던 친구는

현재 우리 Tipp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브라이언이다.

브라이언은 한 때 미국 월가 IB에서 투자부분 중역을 담당했었었고,

일본어 등 4~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코딩이 미래다 싶어서 스탠퍼드(예일이었을 수도 있다)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OS 쪽을 공부하고

현재 교육쪽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브라이언과 시원이 정말 우연하게 페이스북으로 연결이 되어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은 후

연락처를 서로 확인하고 전화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는데, 우선 흥미롭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I think I can make it"라고 했단다.


둘 다 소리를 질렀다 "와~우~!!!"

기쁜 건 잠시.

중요한 건 이 친구가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에 조인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결정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두연: 시원님, 브라이언 진짜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딱히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고.

시원: 음... 뭐 어떻게든 한번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죠.


시원님은 브라이언하고 추가 통화를 하면서 현재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는데,

현재 미국이 아닌 대만에 있다고 한다.

비행기로 4시간 거리.

그 즉시 시원님은 대만행 비행기표를 끊고 브라이언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나중에 전해온 소식

"브라이언이 같이 하겠데요!"

이때 좀 시원님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브라이언은 우리가 구현하려는 아이디어는

앱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의견을 줬다.

시원은 주저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만든 웹사이트에 대해 물었다.

나는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지금까지 내가 쏟은 시간의 가치보다는 빠르게 그 안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말해줬고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리하자고 했다.


브라이언 말로는 앱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UI/UX 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UI/UX... 어디서 자주 들어서 그런지 익숙했는데,

막상 어디부터 뭘 해야 하지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하나 넘으니까 하나 막히는 느낌이었다.

또 주변을 수소문했다.


정말 운 좋게 배달의민족의 UI/UX 담당자님과 연결이 되었고 한번 이야기 나눠보자고 한다.

뭔가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앞으로 쭉쭉 나갈 것 같았다.


"근데, 와이어프레임은 있으신 거죠?"

쉽게 설명하면 예쁜 디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굴러가는지 설명이 되어 있는 문서가 필요하다는 거다.

당연히 우리 5명 중에 와이어프레임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된 게 하나 풀리면 하나가 막히냐면서 답답해했다.

그러던 중에 한 명이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디자이너 분과 1차 미팅을 가졌었는데, 이 정도의 와이어프레임을 가지고서는 너무 부족하다고 한다.

다시 해야 했다.


연초여서 그런지 5명 모두 각자 속해있는 회사의 일들을 쳐내느라 너무 바빴었다.

그러는 어느 주말 시원의 전화가 걸려온다.

다짜고짜 저녁에 커피 한잔 가능하냐고 그런다.

뭔가 불안했다.


시원: 하... 이거 어떡하죠? 방법이 진짜 안 보이는데요.

두연: 뭐가 안 보여요?

시원: 그 와이어프레임 담당하는 분께서 사정상 못하겠고, 저희 멤버에서 빠지겠다고 하네요.

두연:...

시원:...

두연: 그때 저희 다 같이 맥주 마실 때, 여기 누군가는 빠질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게 지금이 될 줄은 몰랐네요. 아... 이거 어쩌지.

시원: 근데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두연 님.

두연: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말해봐요. 또 뭐가 있어요?

시원: 3일 뒤에 그 디자이너 분과 미팅이 있어요.

디자이너 분도 그때 와이어프레임 별로면 그냥 안 하는 걸로 하겠데요.

두연: 자... 5명에서 이제 4명이 되었고.

이 중에서 그나마 와이어프레임이라는 거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저밖에 없네요.

해봅시다. 제가 한번 연구해볼게요.

시원: 근데 어떻게요?

두연: 아니 뭐 방법이 있나요. 해봐야지.

3일이면... 회사 가서 이걸 할 수는 없으니 연차를 쓰고 할 수밖에 없네요.

그래도 부족할 것 같긴 한데.


하루는 와이어프레임을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디자이너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어떻게 그려주는 게 편한 지,

UI/UX가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등

온갖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을 뒤져보고 알아봤다.

그리고 느꼈다. 디자이너 분들 정말 대단하시구나.

그렇게 날을 거의 샜다.


둘째 날부터는 지금까지 논의했던 아이디어를 논리구조를 짜면서

각 이벤트마다의 경우의 수를 생각했고 조금씩 그려갔다.

그리다 보니까 약간 속도가 붙는 것 같았다.

또 날을 샜다.


셋째 날. 거의 체력 고갈이고, 점점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그래도 이해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뭐가 되었든 내일은 디자이너 분과 미팅이다.

미룰 수도 없다.

오늘 뭐가 나와야 한다. 정말 미친 듯이 마우스를 움직여 와이어프레임을 그려댔고

각 구간별로 설명을 적기 위해서 타이핑을 빠르게 했다.

커피, 콜라, 에너지 드링크로 버텼던 것 같다.


넷째 날. 디자이너 분과 미팅이 있는 날이다.

저녁 미팅이라 전까지 손 볼 부분을 빠르게 수정했다.

만든 자료를 인쇄해서 미팅 장소로 시원과 향했다.

디자이너분은 나를 처음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일단 기다란 다크서클을 장착했고,

며칠간 작업하느라 햇빛을 잘 못 봐서 그런지 낯이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거기다 후드티까지 입고 갔으니 그럴만했다.

무튼, 우리의 아이디어가 담긴 와이어프레임을 잘 설명해야 했다.

30분 정도의 설명 시간이 끝났을까...

디자이너분께서 한 번 더 인쇄물을 보더니 한마디 하신다.


디자이너: 음... 이거... 음...

두연&시원: (그래서 뭐요!?)

디자이너: 전보다 훨씬 구체적인데요? 깜짝 놀랐어요. 같이 해보시죠.


우리의 와이어프레임이 부족했음에도 디자이너분께서 잘 이해해 주셨던 것 같다.

정말 고마웠다. 그 디자이너 분과는 현재까지도 정말 친밀하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디자이너 분과 헤어지고 디자이너분이 안 보일 때쯤

시원과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하이파이브를 해댔다.

"이제 됐다!"

이제는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았다.

.

.


몇개월 뒤,

"네!? 그게 말이 돼요!? 아니 그게 말이 되냐고요!"


무슨 일이 또 벌어진 걸까?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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