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가정폭력상담소

by 배붕

경찰에서 연계해 주는 가정폭력 상담소에 다녀왔다.

일반적인 상담센터와 다르게 가정폭력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방문하길 잘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조언들과 법적으로 실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들.

이러한 상담의 기록이 추후 소송으로 갈 경우 이롭게 사용이 될 수 있다는 것들, 이런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특징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들. 내가 간과하고 묻어두었던 것들도 다 가정폭력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런 것들로 뭔가 신고를 하기가 망설여졌었었는데 상담사가

"욕하고 물건을 던지는 것도 가정폭력이에요 "

라고 한 말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막연히 그런 것들도 폭력이라는 것을 나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가하지 않아도 그런 것들이 다 가정폭력인 것을... 심지어 나는 나에게 상해를 가한 것도 한 번은 묵인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준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남편의 욱하고 그런 모습들이 간접으로 아이들에게 노출되어 아이들도 긴장상태로 지냈을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들인데, 내 새끼들에게 나의 비루한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긴장상태로 노출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틀릴 정도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서적으로 안정된 어른이며 "가족"이라 함은 반드시 엄마 아빠가 둘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 건데, 그래야만 완벽한 가족이 된다라는 나의 욕심에 그동안 나의 아이들이 긴장상태로 지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너무나도 속상했다.

임시조치 결정 이후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아이들이 하는 말들. 아빠에 대한 이야기들을 상담사와 이야기하면서 이 모든 게 가정폭력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상담사는 이 가정폭력의 굴레는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줬고 나의 힘든 결정이 맞게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게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은 놀이치료 혹은 미술치료를 받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하며 어리기 때문에 금방 좋아질 거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엄마의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안정적이 되어야 아이들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겠구나.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더 노력해야 하며 더더욱이 남편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끊어내야 하겠구나 하며 1시간 동안 눈물을 쏟으며 상담을 진행했다.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한다고도 이야기해 주셨다.


남편처럼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나 잘못의 인정도 없이 모든 걸 본인의 힘든 어린 시절 때문이라 혹은 본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자기 합리화/연민에 빠져서 본인이 피해자라고 하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앞으로도 더 심한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가 이혼을 결심한 것도 폭력의 강도가 점점 심해져 이건 내손을 떠났다고 생각해서였고, 다음에는 나와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짧은 시간에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지금도 여전히 후회는 없고 이혼이라는 결정이 힘들지는 않다.

다만 내가 그 결단을 큰 사건이 터지고서야 결정을 했고, 그동안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할 뿐이다.


자고 있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손도 한 번 더 만지면서 내일은 꼭 더 많이 안아줘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지금 나는 이렇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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