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절차

by 배붕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하고, 아마도 상대도 이를 받았으리라 생각을 했다.

왜냐면 어머님이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전화는 일절 받지 않는 상태이나 나에게


" 너희 둘 다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이들을 봐서라도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길 바란다"


라는 카톡이 왔다. 나는 알고 있다 아이들을 봐서가 아니라 이게 자기를 위한 거라는 것을. 아들을 무서워하는 어머니인데 그 아들이 집에 와 있으니 그동안 폭탄 돌리기 하듯 이걸 나에게 넘겨주었으나 다시 돌려받았으니 아마도 불안해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첫 번째 폭력은 눈감아 주었으나

"아이들을 위해서" 절대 안 된다. 이런 불안정한 양육자 밑에서 아이들을 같이 키울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다.


어떻게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때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단 시부모님이 제삼자(아빠 친구)를 통에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말. 폭력사건이 있었고, 칼부림까지 난 마당에 이혼을 해주지 않을 것은 무엇이며, 서로 연락처도 이미 알고 있는 사이에 제삼자의 개입이 어떤 의도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나도 엄연히 남의 집 귀한 자식인데 이런 식의 사건을 겪었고 첫 번째 폭행은 심지어 시부모님 앞에서 행해졌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나에게 이혼은 안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가. 심지어 남편은 현재 무직이고 근 3년간은 내가 경제활동을 해왔다.

우리 부모님은 이 연락을 받고 노발대발하셨다. 아니 그럼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노예로 쓰겠다는 말이냐며.

만날 이유가 없고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이야기하셨다고 하였다.


폭행사건직후 내가 부모님께 울면서 전화를 했을 때 근처사시는 부모님이 새벽 3시에 바로 집으로 찾아오셨는데, 유리창 깨짐/ 칼이 3자루 부러져있음 의자 로봇청소기 다 던져져 있음 이런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랬을까 싶은데 아버지들끼리 서로 고등학교 동창이라 아는 사이임에도 문자로 이런 상황이다라고 우리 아빠가 보냈을 때 지금까지 근 2달 동한 어떤 답장도 오지 않았던 집안이다.

상식적이라면 나에게 위자료 청구하지 말아라. 이혼은 천천히 생각해라. 애들 봐서 안된다. 이런 말을 나에게 하기 전에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야 생각한다. 하지만 사과는커녕 나에게 이혼을 다시 생각하란다.

나는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어서 시간을 늦게 해 봤자 나에게 좋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혼조정신청서를 접수하고 나면, "미성년자녀 양육안내 교육"을 들으라는 안내문이 온다. 매주 목요일 9시 반에 법원에서 진행이 되며 되는 시간을 참석하고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아주 혹시라도 남편을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서 칠판에 출석명단에 이름을 쓰는데 위쪽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맨 앞자리에서 교육을 들었다. 이따금씩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기침소리에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교육이 끝나고 명단에 있는 순서대로 호명 후 신분증 확인 후 귀가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남편이름이 호명돼서 나가고 나중에 내 이름이 호명되자 신분확인하고 두리번두리번하며 확인 후에 계단을 통해 차로 뛰어갔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주칠까 봐 너무 무서웠다.


모든 게 절차대로 흘러가고 있고,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당사자와 마주치는 건 머리로 수십 번 상황을 만들어 봤지만 실제로 닥치니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앞으로도 면접교섭 또한 마주 지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옛날집에 가서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 집만 가면 심리적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남편은 그 집을 보고 가족의 그리움을 느낄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집에만 가면 빨리 벗어나고 싶고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느낌뿐이다. 3년 넘게 분가해서 살면서 안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분명 좋았던 기억이 있으나 이를 추억할 만큼 내가 괜찮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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