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학대

by 배붕

"정서적 학대: 심리적 학대(心理的虐待, 영어: psychological abuse, emotional abuse, mental abuse)는 가해자가 심리적 또는 정신적인 수단으로 한 명 이상의 사람에게 정신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학대의 유형이다. "



조정이혼신청서를 접수했고, 임시조치결정도 변호사를 통해 연장신청을 했다.

집을 이사했지만 아직 남편에게 친권이 있어 아이들 주소를 조회할 수 있다 하여, 주소지를 부모님 집으로 옮겼으며 아직 큰 짐을 옮기지 말라는 변호사의 의견에 따라 틈틈이 자잘한 짐들만 새집으로 옮기고 있다.


아이들도 친정집을 오가는 생활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에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보다 좀 더 밝아진 느낌이다. 나도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서류정리를 하며, 짐을 정리하며 드는 생각은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남편이 언제 폭발할까 두려워하며 조심했었고 그런 것들이 나를 늘 긴장상태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요즘 들어 가끔씩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며칠 전에 첫째가 아침에 "엄마, 아빠는 화가 나면 이 씨, 아이씨, 씨발이라는 말을 해요"라고 나한테 이야기했다. 또 요즘따라 물건을 자꾸 던지는 둘째에게 친정엄마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이야기하자 5살 둘쨰는 "우리 아빠도 화나면 물건을 던지는데요?"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보지 못했지만, 내가 안보는 동안 아이들에게 그랬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한다.

남편과 떨어진 지금 나와 아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의 과정을 겪고 있지만, 안정을 찾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 과정이 힘들 거다. 힘들지만 이겨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오히려 담담하고,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고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할 결과라고 생각해서인지 힘이 들지는 않는다.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할 뿐이다.


아이들에게도 지금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른으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과 해야 할 행동이 뭔지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힘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 엄마와 너희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아니야. 우리는 가정폭력 생존자야"

작가의 이전글9.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