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이

by 배붕

가끔씩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며칠 전에 하원하는데 하늘에 뜬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비는 첫째.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하니 우리 가족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은 엄마=나, 첫째, 둘째,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이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회사일로 내가 바빠지면서부터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시간이 많다졌다고 해서 남편은 아이들의 정서적 아빠가 되지는 못했다.

남편은 육아를 업무로 대했으며 그래서 때문인지, 정해진 시간에 밥/목욕을 시키고는 자기 시간을 지키려 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에 방치되어 자기네들끼리 놀았다는 걸 종종 이야기해 주는데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며칠 전에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집에서 새로 이사할 집으로 옮겨놓을 거라고 이야기하자, 둘째가 아빠가 방에서 게임하는 동안 자기네들이 다락에 있는 트리를 꾸며놓았다고 이야기했다. 엄마가 트리를 새집에 잘 가져다 놓을 테니 너네들이 꾸며놓은 것들도 다 챙겨서 더 예쁘게 꾸미자고 하고는 그날 혼자 열심히 트리를 차에 싣고 옮겨놓고는 셋이서 예쁜 트리를 켜놓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둘째가 어제는 자기 전에 아빠는 화를 내면 물건을 집어던지더라라고 했다. 화가 난다고 물건을 던지면 안 되는 거야 이야기해 주고, 다음부터 화가 날 때는 화가 난다고 엄마한테 이야기를 해줄래?라고 이야기 해주고 토닥이며 재웠다.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는걸 아빠가 하는 걸 아이도 본 적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이혼 결정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옳은 선택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엄마, 아빠가 두 명이 다 있다고 해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건 아니다. 엄마가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늘 자리에 있다면 아이들은 알아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분명 그럴 거라 믿는다.

요즘은 아이들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도 친해지고 장난도 치면서, 자기 전에는 꼭 가서 외할아버지에게 "안녕히 주무세요! 너무 사랑해요"라고 이야기도 해준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빠와 함께 있는 아이들도 분명 불안하고 눈치를 많이 봤을 거다. 하지만 친정에서 지내는 동안 외할머니 이 할 아버지가 정서적으로 흔들림 없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이곳에서 더욱더 안정을 찾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너무나도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고 있어서 나의 이혼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언젠가 커서 나를 이해해 줄 만큼의 나이가 된다면 분명 나의 선택에 대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내가 엄마아빠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만큼, 내 아이들도 사랑을 많이 받고 큰다면 올바르고 곧게 자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엄마가 오늘도 내일도 너무 사랑하고 앞으로 더더 많이 사랑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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