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윤슬이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이다.
빛과 흔들리는 물결이 있어야만 보인다.
내 이름은 김윤슬.
내 인생에는 빛이 없었다. 그래서 윤슬도 없었다.
물결을 따라 불안하게 흔들리고만 있었을 뿐이다.
빛이 뭔지도, 내가 반짝일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끝없이 흔들리는 물결을, 버텼다.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도,
엄마가 재혼 사실을 숨겼을 때도,
임신 소식마저 숨겼을 때도,
대학병원에서 견디지 못해 퇴사했을 때도,
9년을 만난 그 애와의 힘겨운 이별 앞에서도,
나는 빛이 없었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냥 버티고 버텼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간신히 숨만 쉬었다.
하지만 나는 윤슬이다.
거스를 수 없이, 오늘의 해는 반드시 오늘 뜨고,
오늘의 달도 반드시 오늘 뜬다.
흔들리는 물결은 반드시 빛을 만난다.
그래서 윤슬은 반드시 반짝인다.
이제 나는 빛이 있다는 걸 안다.
내가 눈이 멀만큼 반짝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윤슬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슬은, 반드시 반짝인다.
이것은 나, 김윤슬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