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음 속 불꽃을 따라
어릴 적, TV에서 <아빠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었습니다. 아빠가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온갖 기상천외한 도전을 하는 예능이었는데요. 제작진이 접시 돌리기라는 미션을 주어주면, 아빠는 일주일간 미션 연습에 매진합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스튜디오에서 청중과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아빠는 접시를 돌립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같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아빠를 부둥켜안는 모습.
<아빠의 도전>을 좋아하며, 여러 회차를 봤지만 대부분의 마지막 장면은 가족들의 포옹으로 막을 내립니다. 미션에 성공해도, 미션에 실패할지라도 가족들은 나를 안아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 그 믿음이 아빠를 도전하게 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엄마, 도전해도 좋을까? 엄마를 응원해 줄 수 있겠니?"
지난날, 저는 무모해 보이는 것은 절대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발을 들이면 소정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택만 해 온 것이지요. 어찌 보면 참으로 안정지향적이고, 어찌 보면 참으로 겁쟁이입니다. 이런 저에게도 마음속에는 자그마한 불꽃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꽤나 오랫동안이요.
그 자그마한 불꽃은 '드라마를 써 보고 싶다'라는 바람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영상으로 스토리를 접하기도 하고, 책으로 접하기도 하고, 구독하는 블로거의 글을 통해 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각종 스토리의 소비자로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아, 나도 해보고 싶다. 써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도전으로의 한 발자국을 내미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공모전 당첨 확률은 몇천대 일, 공모전에 당선되어도 데뷔는 기약이 없다는 것, 만약 데뷔를 하더라도 차기작을 통해 계속해서 드라마작가로서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야 한다는 것. 냉정하게 확률로 따지자면, 저는 공모전에 당선될 수도, 데뷔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도 어려운 길인데, 괜히 도전했다가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 작가는 한 세계를 창조하는 일인데, 내가 그만큼의 그릇이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드라마과정 기초반에 지원하기에 이르렀지요. 내달 중순이면 합격여부가 나오고, 내달 말이면 개강을 합니다. 합격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모릅니다. 그럼에도 지원서를 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큰 용기였기에, 스스로 칭찬을 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평생 확률이 희박해 보이는 것에는 발조차 들이지 않은 제가 희박하디 희박하다는 드라마판에 발을 들이려 하다니. 제가 지원해 놓고도 참 저답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관심이 있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나고 활력이 샘솟습니다.
제 무모한(?)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도 있고, 맺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평생 처음으로 도전다운 도전을 해 봤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렵니다. 저처럼 가슴속에 작은 불꽃을 지닌 분들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