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청소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되도록 그 요일은 청소를 하려 하지요. 그런데 그날 아침부터 '청소를 해야 한다.'라는 사실이 꽤나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아무래도 이건 제가 본디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겠죠.
청소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정말 싫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청소해야 하는데...'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움직이기 싫습니다. 그저 눕고 싶습니다. 이불이 오늘따라 더욱 포근해 보입니다. 집 안에 먼지가 굴러다니는 게 보이는데, 그냥 내 친구 같습니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 마당에 오래된 경운기가 있었는데, 시동을 켜는데 '덜덜덜' 요란을 떨며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진흙이 잔뜩 묻은 경운기가 얼마나 늙고 게을러 보였는지요. 청소를 앞둔 제가 마치 오래된 경운기 같습니다. 나를 시동 걸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오늘따라 젖은 솜 마냥 몸뚱이는 왜 이렇게 무거운지.
청소기가 잘 충전되어 있나 확인하려 버튼을 누릅니다. (이때 충전이 안 되어 있어서 청소기가 작동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마음 한편에 있습니다.)
'위잉~!'
소심한 기대와는 달리 청소기는 잘만 돌아갑니다. 그렇게 청소가 시작됩니다.
시작하면 나름대로 야물딱지게 청소를 해냅니다. 스스로 여기기에 살림을 귀찮아할 뿐, 살림을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나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귀찮아서 안 한다는 고등학생의 논리와 비슷) 친정엄마의 급한 성격과 친정아빠의 꼼꼼함을 닮은 것이 이때에는 빛을 발합니다. 신속하고 빠르게 집을 치워갑니다. 집 안 먼지를 이 잡듯이 잡아내겠다는 기세로 청소에 열중합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굴러다니는 먼지는 다 잡아내겠다는 마음뿐. 화장실 물때는 다 없애겠다는 마음뿐. 이런 걸 몰입이라고 하나요.
청소를 다 마친 순간만큼 상쾌한 순간이 있을까요? 깨끗해진 집을 바라보며 '와 해냈다.' 싶습니다. 눕고만 싶던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청소기를 켜고, 결국엔 다 해낸 저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순간입니다. 이 때는 의외로 그저 쉬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묵혀놨던 다른 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줌의 용기가 샘솟습니다.
어쩌면 청소로 얻게 되는 이점은 깨끗해지는 집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청소는 정말 정직합니다. 일상을 살다 보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이 참 드뭅니다. 청소는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비례하게 결과가 나옵니다. 청소 후에는 내가 청소를 해냈다는 사실이 내 두 눈에 곧이곧대로 보입니다. 그러니 깨끗해진 집에 더해 한 줌의 용기라도 얻을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