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국수 한 그릇 그리고 한 걸음

by 디디로그

봄밤, 희주는 엄마와 산책을 나섰다.

공기엔 따뜻한 꽃향기가 은은히 퍼지고 어두운 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부드럽게 번지고 있었다. 벚꽃은 이미 졌지만 그 자리를 채운 짙은 초록이 계절의 변화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희주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엄마와 보폭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희주는 마음 한켠이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희주는 가만히 엄마의 손을 잡았다.


“국수 먹으러 갈까?”
희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엄마의 얼굴에 작고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국수? 좋지.”


두 사람은 국수가 기다리는 작은 가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소한 제안 하나가 생각보다 큰 기쁨이 되어 돌아왔다. 국수를 먹으며 나누는 짧은 대화 따뜻한 국물에서 번져나오는 안도감. 희주는 그 순간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는 회복의 모습이라는 걸 느꼈다.


5월의 끝자락 봄이 지나고 여름이 문턱에 다다른 시점.


함께 걷는 이 밤의 산책

함께 나누는 국수 한 그릇.
희주는 그 소중한 순간들 속에서

다시 한 번 ‘함께 살아간다’는 말의 의미를 떠올렸다.


완전히 나아가지 않아도
조금씩 나아가는 걸음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또 한 걸음을 내딛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걸로 정말 괜찮아졌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날 밤 따뜻했던 국수 한 그릇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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