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횡

by 덤생

소확횡,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일 듯하다. SNS에서 퍼진 이 단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살짝 수정해 작지만 확실한 횡령이라는 또 다른 단어를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조배터리는 회사에서 충전하기, 똥은 꼭 근무시간에 싸기, 믹스커피 2개 마시기 등 회사에서 소소한 횡령을 통해 근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알바에서도 이런 소확횡이 있다. 하루 한 잔 제조음료 가장 비싼 걸로 마시기, 핸드크림 테스터는 가장 비싼 걸로 바르기 등이 있다. 이런 소소한 횡령을 통해 알바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확횡이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충격적이게도 어떤 알바생이 화장품을 훔쳐갔다. 지속적으로. 이것부터가 문제였는데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알바생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다. 즉, 그 알바생은 대담하게 화장품을 훔친 것도 모자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렸고, 심지어 “주문”을 받기도 했다. 세일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물건을 올려 팔았다. 창고출입이 자유로운 알바생 신분을 횡령에 사용한 것이다. 심지어 중고거래 플랫폼의 본인 아이디에 근무 중인 화장품 매장 이름을 넣기도 했다. 재고를 관리하는데 이상하리만큼 재고가 맞지 않았던 것이 수상쩍었던 사장님과 본사는 특별히 도난건이 늘었는지 CCTV를 돌려보았고 이 알바생의 행동이 의심쩍기 시작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이 “진짜”횡령이 들통났다. 대기업의 아량인 건지 이 횡령으로 그 알바생이 잘리고만 끝났다. 좀 더 사이다 같은 결말을 원했지만 본인의 잘못이 평생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죗값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그 잘못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간직해야 하는 고통을 안고 살길 바란다.


또 다른 횡령도 있다. 바로 포인트 횡령이다. 가끔 보면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고 가는 손님들이 있다. “모으면 쏠쏠한데 왜 적립을 안 하지? 내가 대신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이걸 진짜 한 알바생이 있었다. 사실 가끔 하면 모를 수도 있다. 그 알바생도 처음엔 몇 번만 그랬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는지 하루에 10번씩 적립한 게 화근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회되는 고객이 수상쩍었는지 본사에서 해당 고객을 문제 삼았다. CCTV를 돌려보니 그 직원이 비회원구매를 한 결제 건 모두 본인의 포인트카드에 적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은 포인트는 대략 만원 정도였다. 만원으로 그 알바생은 경위서를 작성한 후 알바에서 짤렸고, 이후 포인트 적립 시스템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남의 돈을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남의 포인트도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나는 앞선 두 건의 횡령사건으로 정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이게 바로 내 알바 신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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