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연방 정부 기관에 민원인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기관은 민원인의 주장을 듣고 주장이 타당하면 돈을 더 주거나 아니며 줬던 돈도 뺏어버린다. 리암과 함께 한 민원인의 서류를 살펴보다가 결국엔, 이런저런 서류를 더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리암, 이 민원인은 네 책임이니까 네가 민원인에게 이메일 써서 관련 서류를 보내달라고 해."
"음… 글쎄, 우리 같이 이메일 쓰면 안 될까?"
결국, 내가 말을 하면 리암이 컴퓨터 자판으로 받아 적는 상황이 되었다. 서류를 보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난 한국식으로 "연방정부 기관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로 persuade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하지만, 리암은 persuade라는 단어의 스펠링을 제대로 쓸 줄 몰랐다. persu... persua.. pursu.. 몇 번 이런저런 스펠링을 시도해보다가 결국에는 persuade라는 단어를 아예 다 지우고 몇 초 생각하더니 "show"라는 단어를 쓴다.
연방정부 기관을 설득하기 위해 그 서류가 필요합니다.
We need the documents to persuade the Federal Agency.
We need the documents to show them to the Federal Agency.
리암이 show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영어는 정말 이미지로 말하는 언어구나.
굳이 어려운 단어 persuade를 쓰지 않고 show만으로도 누군가를 '설득하다'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다.
한국어 단어를 일대일 대응으로 영어 단어로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자. 한국말을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말하고자 하는 상황을 이미지로 그려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 이 이미지가 간단 명료하게 다 그려진 다음에는 쉬운 영어 단어로 이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 영어 기본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