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는 싱겁다


민원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공식적인 주정부 입장문(메모)을 쓰는 것이 나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벨라는 나보다 2주 일찍 일을 시작했고, 리암은 벨라보다 4개월 더 일찍 시작했다. 즉, 우리 셋 모두 전부 초짜다.


그런데, 메모를 쓰기로 했던 사람이 데드라인이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안 된다. 결국 내가 부랴부랴 총대를 매고 메모를 쓰기 시작했다. 이틀에 걸쳐 쓴 다음 부서 소속 변호사에게 넘겼다. (보통 메모 쓰는 사람은 40일에 걸쳐 쓴다.) 변호사가 각종 법률이 민원인의 주장에 부합한지, 민원인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평가하며 내가 쓴 메모를 고친다.


오늘 아침 리암이 벨라와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메모를 쓰기로 했던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고. 며칠간 아파서 컴퓨터를 열어 보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기가 쓴 메모를 보내왔다. 우리 셋은 함께 모여 이 메모를 어떻게 할지 고심했다.



벨라: 메모를 받으면 피어 리뷰(peer review)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임무니까 내 생각엔 이 메모를 피어 리뷰해서 변호사에게 넘겨야 한다고 봐.

나: 근데, 우린 벌써 내가 쓴 메모를 피어 리뷰를 한 다음에 변호사한테 넘겼잖아.

리암:...

벨라: 그럼 내가 이 메모 피어 리뷰해서 변호사한테 넘길게.



몇 시간 후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쓴 메모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답변을 하면서 아침에 받은 메모 이야기와 벨라가 피어 리뷰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알려줬다. 변호사로부터 곧바로 이메일 답장을 받았다.

If she wants to take a whack at the other memo, I'm happy to take a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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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whack이라니 무슨 말인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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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ck은 확 내리치는 의미를 가진다. 고슴도치 잡기 게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얼굴을 뽀꾸미 내미는 고슴도치를 한순간에 잡아내리치는 것 = whack


그래서 take a whack이라는 표현에서 whack은 '기회, 차례'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 번 시도해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미가 확장되면서 whack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확 후려치다'라는 의미다.

He gave the rug a whack to get the dus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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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적인 의미에서 더 확장되면 '시도, 기회'라는 의미를 가진다.

Let me have a whack at fixing the Wi-Fi.


변호사가 말했던 말은 바로 이 확장된 의미를 가진다.

If she wants to take a whack at the other memo, I'm happy to take a look.



그러면 '한 번 해 본다'라는 try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try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한 번 해 보겠다는 의지와 성취를 이뤄내겠다는 노력을 의미한다. 또한, 새로 출시된 음료수를 한 번 먹어 보겠다는 의미에서부터 이혼하지 않고 같이 살도록 해 보겠다는 의미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래서 의미가 매우 밋밋하다. 즉, try는 맹물이다.


하지만 to take a whack at 하면 소금, 설탕, 고추가루, 참기름을 넣은 맛을 낸다. 이 표현은 시도하려는 사람이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용감하게 한 번 도전해 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라는 전제가 깔린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실패해도 괜찮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일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또 다른 전제가 덮힌다.



그러고 보면 '한 번 경험 삼아 해 본다; 뭣도 모르고 덤벼 본다'라는 의미가 적절한 것 같다.

I'll take a whack at fixing that clock.

(시계 고칠 줄 모르지만 한번 고쳐볼게.)


I'm going to take a whack at fixing the car.

(차 수리에 한번 덤벼볼게요.)


그럼 영어로 한번 해 본다. give it a shot이라는 의미와 take a whack at이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 차이가 있는 걸까?

give it a shot은 결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의미만 가진다. Whack처럼 어떤 사람이 아마추어라는 의미가 없다. try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다 쓰일 수 있다(먹어 본 적 없는 음식을 먹어 보거나, 어떤 직장에 구직 서류를 내보거나, 답을 추측해 보거나…). 그리고 결과값도 성공할 확률이 약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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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take a whack at something은 육체적인 노동이 많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한 번 실험 삼아서 해 본다는 의미다. 모든 상황에 쓰이지 않고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시도해 보는 상황에서만 쓰인다. 결과값도 실패에 가깝다. 하지만 일이 너무 어렵기에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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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try만 쓰지 말고 국물맛이 끝내주는 take a whack at , 아니면 have a whack at도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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