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의 어느 날의 일
겨우 28살인 나에게 가장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자격증 시험과 새로운 직장의 적응, 애인과의 동거, 결혼 준비까지 쉼 없이 지나왔다.
2025년 4월 26일 우리는 무사히 결혼식을 올렸고 이제는 부부로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그 끝에 대한 회고이다.
본격적인 결혼을 준비하기 이전에 우리는 이미 한국에 만연한 결혼문화와 먼저 마주하게 된다.
아직 결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유튜브와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내용들에 지레 겁을 먹고 압도당했다.
결혼식장부터 웨딩촬영, 상견례, 결혼반지 등 우리가 찾아보고 결정해야 할 내용은 너무나 많았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결혼 준비’에 대한 옳고 그름, 즉 가치관에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또 한 번 흔들리게 되는데,
“예비신부 말대로 해라”, “스튜디오는 꼭 해라”, “웨딩 스냅은 하지 마라” 등
다양한 조언에 우리 둘의 명확한 의견이 없어 휘둘리며 그에 맞는 정보만을 찾아다녔다.
물론 모든 분들의 공통된 조언은 부모님의 의견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었고 이에 기반하여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가치관의 혼란을 겪다가 부모님 의견을 먼저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부모님을 만나서 우리 둘의 결혼 의사를 밝혀야만 한다.
장모님이야 1년 전부터 뵙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좋아해 주시지만 장인어른은 얘기가 달랐다.
와 같은 옛날 드라마 대사 같은 멘트는 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나의 의견을 전달해야 했고
아내에게 장인어른을 같이 뵙자고 제안했다.
장인어른은 이상하게 아내의 제안을 피하시는 것이었다.
전화를 하더라도 “결혼 왜 하냐”, “결혼해서 뭐 하냐”, “왜 이리 일찍 하냐”, “너 옛날엔 안 한다고 그랬잖냐” 등
더 많은 레퍼토리가 있지만 말씀의 요지는 나와의 만남을 회피하시는 것이었다.
결혼을 한 지금에야 금지옥엽 키운 딸을 주기 싫은 장인어른의 마음을 백번 천 번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너무 답답해서 아내에게 서러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자 급기야 가족들이 모이는 날에 내가 깜짝 등장하기로 하는 작전을 세우게 된다.
장인어른을 뵙기로 결정하고 양주를 평소 즐겨 하시는 장인어른을 위해
20만 원 상당의 양주를 미리 사놨었고, 장모님을 위해 큰 카네이션 꽃다발을 샀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선물을 들고 등장하는 계획이었고 장모님과 아내, 처제까지 합심하여 작전을 수행했다.
대망의 약속 당일, 준비한 선물을 들고 약속 장소로 가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다급한 연락 한 통을 받게 된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고 가는 길 내내 생각했고 결국 걷히지 않는 불안감과 함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의 결혼 준비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