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4년 10월 7일의 일기

by lyuife


어느 때의 나보다 바쁘고 치열했던 여름을 보내고 한 달이 더 지난가을을 만끽하며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과거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우리가 함께 맞이하는 처음 맞는 추석을 잘 보내고 양가 집안의 큰 어른들께 잘 인사드렸다.

오랜만에 24년 1월, 2월의 일기를 보다가 웃겼던 게 그때도 걱정을 쏟아내고 살았더라.. 부모님을 뵙는 것부터.. 결혼식장까지..​



그래, 5월 장인어른을 뵌 이후부터 6월 덜커덕 결혼식장을 계약한 이후부터, 친구들과 가족에게 공표하고 결혼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하기까지 아내와 함께 ‘결혼’과 ‘결혼식’이란 것의 의미를 찾으려 참 애썼더랬다.

한국에서의 결혼은 특별하다면 특별하게 전 세계에 유례없는 문화를 자랑한다. 파면 팔수록 어이가 없고 의미가 없어지는 우리 둘에게 유독 어려웠던 과정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결혼반지를 맞추고 웨딩촬영까지 무사히 마쳤다.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한국에서의 '결혼'은 유별나고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몇 초, 몇 분 만에 사라지는 화려한 '불꽃놀이' 같다.

누가 더 화려하고 크게 터지는지 비교하기 바쁘다.​

하지만 불꽃, 폭죽이 터지기 전의 밤하늘과 터지고 난 후의 밤하늘은 같을 뿐이다.

결혼을 위한 준비, 과정, 실행, 결과까지 결국 본질을 보지 못한다면 달라진 것 없는 현실만이 지나온 꿈을 되뇌는 것처럼 다가올 뿐이다.



이윽고 생각의 끝에 다다랐다.


'결혼'의 본질은 부부가 되기 위한 두 사람의 세계가 만났을 때, 처음 맞이하는 '합의의 과정'이다.

결혼 준비에는 끝없는 고민과 결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한쪽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말지만 우리가 끝없이 논의한 결과,​

대화와 합의 끝에 있는 순간순간의 과정들이 낳은 결과를 사랑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돌아가서, '결혼'은 한번 터지고 마는 찬란한 폭죽이 아닌 폭죽의 크기가 크든, 작든, 불꽃놀이가 화려하던, 초라하던,​

함께 만든 그 폭죽 하나가, 서로의 얼굴이 새까맣게 될 때까지 웃으면서 만든 그 폭죽 하나가 곧 결혼이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 결혼식까지의 과정을 녹여냅니다. 어쩌면 먼 과거의 일까지 나올 수 있겠지만요.

따로 잘 살던 두 세계가 ‘더’ 잘 살기 위해 만나 그 시작점을 향해 준비하는 여정을 그려내 봅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