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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일상 Sep 13. 2021

디자이너가 본 D.P. 연출 분석

안녕하세요. 볼게 많지만 볼 게 없어서(...) 3개월간 끊었던 넷플릭스 계정을 다시 살려준 작품. 세간의 화제. 군인 잡는 군인 넷플릭스 D.P. 분석입니다.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본 연출은 어떤 장면들이 있을까요?(스포 주의)


넷태식이.. 멤버십 해지 후 3개월 만에 돌아왔다.



1. 이질적인 이미지, 대비를 만들다


먼저 포스터를 보겠습니다. 이중 표현은 디자인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입니다. 군인이지만 머리를 기르고, 부대 밖에서 생활하는 D.P.의 전투복과 사복을 넘나드는 이중생활을 한 장에 표현했습니다. 다른 두 개의 이미지가 한 곳에 표현되다 보니 D.P라는 보직의 이중성이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두 개의 이미지를 합쳐서 표현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한 광고가 있습니다. 스테들러는 2012년에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카피와 함께 "Church", "Chair" 및 "Car"의 세 가지 연필 끝 조각을 특징으로 하는 인쇄 캠페인을 실행했습니다. 광고는 디자인이 처음 시작된 곳인 연필 스케치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되살려줍니다. 이 캠페인은 2013 Andy Award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클릭해서 크게보기) Staedtler Pencils Campaign 'Where It All Begins' 2012


이중 표현이 쓰인 장면은 또 있습니다. 1화 에피소드에서 탈영한 꽃을 든 남자 신우석의 과거 장면인데요. 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과 탈영 후 술집에서 무시당하는 장면이 동일한 구도로 표현됩니다. 부대 괴롭힘을 피해서 탈영했으나 사회에서도 여전히 힘든 일상은 이어지고 우석은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신우석의 자살 후, 주인공인 안준호 이병은 탈영병의 죽음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박성우 상병(고경표 분)을 매섭게 때립니다. 이 때도 같은 구도로 자신의 얼굴이 나타납니다. 실제로는 박성우 상병을 때리고 있지만 이 주먹은 자살을 막지 못한 자신을 향한 원망이기도 하지요.




2. 중의적 의미의 대사


(또 이중..) 넷플릭스 D.P. 를 연출하신 한준희 감독님은 이중적인 분이신가 봅니다(??) 중의적 의미가 사용된 대사들이 몇 개 있는데요, 함께 보겠습니다.


선임인 박성우 상병을 때려 영창에 들어간 안준호의 나지막한 한마디.

"죄송합니다..."

박범구 중사는 슬며시 묻습니다.

 "뭐가 죄송한데?"

선임을 때린 하극상을 질책하는 걸까요?

안준호 이병은 대답합니다.

"못 데려와서요.."


안준호는 탈영병을 꼭 데려오겠다는 박범구 중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의적 의미를 사용한 장면은 또 있습니다.


예쁘다.


에피소드3. 그 여자

부산 탈영병 정현민의 여자 친구 문영옥은 술집에 밀린 월급을 받으러 가기 위해 안준호를 데려갑니다. 하지만 안준호는 오히려 그 상황을 망쳐버립니다.


"네가 뭔데? 네가 무슨 상관인데 그런 말을 해."

"도와달라면서요."

"이게 도와주는거에요?"


문영옥은 돈 받는걸 도와주기로 해 놓고 왜 깽판을 치냐고 따지지만 안준호는 이게 너를 도와주는 거야.라고 받아칩니다. 계속 남자에게 매달리고 나쁜 상황에 빠지는 문영옥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고, 근본적으로 문영옥의 상황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을것입니다.



3. 다양한 구도의 사용


다양한 카메라 구도는 D.P. 를 보는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안준호 이병이 박범구 중사에게 상담을 하러 간 날, 박범구 중사는 대대장의 호출을 받고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안준호 이병은 밤새 오지 않는 박범구 중사를 기다리는데 이를 창밖의 연병장을 통해 표현합니다.


익숙한 연병장의 풍경..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찍는 구도는 평소 우리가 보는 시선이 아니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때문에 장면이나 사건이 전환될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훈련소에서 각개전투를 하는 장면



임재섭 대위가 휴가중인 병사들을 부산에 작업지원 보내고 테니스를 치는 장면(개ㅅ...)



클로즈업은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켜 보여줄 때 주로 사용됩니다. 한 가지 구도만 계속 사용하기보다는 줌인과 줌아웃을 교차로 사용하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기절한 안준호 이병이 깨어나는 장면. 얼굴선이 마치 산등성이 같다(...)

비슷한 레이아웃을 활용한 광고가 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디자이너 Alexander Aubakirov의 The letter in the city(2017)라는 작업입니다. 이미지의 능선이 표현하는 레이아웃이 유사합니다.


Alexander Aubakirov 의 The letter in the city(2017)


여기까지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D.P. 에서 활용된 디자인적 연출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석봉 일병의 에피소드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앞으로의 에피소드는 얼마나 더 재밌을지ㅜㅠ 더 잠을 못 이룰 것 같습니다. 못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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