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실무자의 AI 활용기
오랜만에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도 놀라웠던 것은 이제 AI가 유의미하게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나는 챗gpt를 휴직 중에도 계속 유료 구독하고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도 잘 쓰고 있는 편이었고,
당연히 예전 업무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도서 광고 카피 초안 만들기나 도서 제목 브레인스토밍 등등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제목 아이디어도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정도였지 실제로 제목 회의에서 쓸모 있었던 적이 없었고, 도서 광고 카피도 결국 내가 새롭게 써야 하는 퀄리티였으니깐.
하지만 AI가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을 한 것일까.
최근 주로 하는 도서 기획에서 매우매우 도움을 받고 있다.
6개월 만에 출판사에 돌아오니 담당 도서가 없다.
그래서 기획에 올인을 하고 있다. 빠른 출간을 위해 국내서 기획할 저자뿐 아니라 아마존도 열심히 둘러보고 있고 투고 원고도 살펴보고 에이전시에서 보낸 외서 소개 메일까지 꼼꼼히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외서를 열심히 보고 있다.
예전에는 괜찮은 외서가 있다면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리뷰를 받은 다음에 도서에 대한 계약을 진행했었다. 아무래도 외서는 내용 파악이 쉽지 않으니 계약하기 전에는 도서 내용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필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번역 에이전시에 해당 검토용 외서를 보내야 했고, 외서 리뷰가 올 때까지 최소 1~2주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외서 검토도 내 맘대로 마구 보낼 수는 없다. 리뷰 비용이 지출되는 부분이다 보니 회사에 1차적으로 이 외서에 대해 번역 리뷰받고 싶다는 내용의 보고 자료를 먼저 만들고 컨펌을 받아야 했다. 이래저래 에너지와 시간과 돈이 꽤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우선 간단하게 에이전시 소개 자료를 입력한 상태에서 이 도서의 장단점을 대화하듯이 논의하니 내 생각도 더 정리되고 생각지도 못한 약점을 캐내는 경우도 많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아무래도 에이전시 소개 자료는 긍정적이고 AI도 긍정적이다 보니 한 번은 내가 검토하자고 한 도서 소개 자료를 보고 이 책은 한국 출판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며 당장 계약해야 한다고 어찌나 설레발을 치던지.. 그런데 국내에서는 무명 씨에 가까운 일본 저자의 건강서여서 이런저런 우려점을 얘기하니 또 금방 순응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도서의 장점보다는 약점을 검토하기에 더 좋은 것 같다. 특히 회사에서 출간 기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마케터와 상사 입장에서 이 책을 공격해 달라고 하면 아주 잘 공격해 준다.. 덕분에 그 책 기획을 올리는 게 맞나라는 의심까지 들었다는...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쓰는 프롬프트는 아래와 같다.
너는 10년 경력 이상을 가진 출판 기획 전문가야. 특히 미국 외서를 한국 독자의 니즈에 맞게 잘 검토하고 현지화해서 한국의 베스트셀러로 만든 경험이 풍부해. 내가 주는 자료를 보고 이 책의 SWOT를 분석해 줘. 궁금한 점은 물어봐. 모든 의견은 근거와 함께 대답해 줘.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AI를 효과적으로 쓰려면 '역할 부여'와 '맥락 설명'이 핵심이다. 그리고 단계별로 대답하는 것과 근거를 반드시 들어야 답변의 퀄리티가 더 좋아진다.
그리고 답을 한 번 듣는다고 끝이 아니다. AI로 기획하면서 좋은 점은 이러쿵저러쿵 의논할 수 있다는 점. AI 의견에 대해 내가 우려되는 점을 얘기하면 이건 거의 다 AI가 수긍해서 좀 재미가 없긴 하다. 그것보다는 내 생각을 적극 비판해 달라고 하면 좋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의 니즈와 맞는지, 어떻게 디벨롭하면 좋을지 좀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AI의 의견,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보다는 논의할 상대로서 어느 정도 대화가 통화는,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던져주는 수준이 됐다는 점에서 나한테는 도움이 됐다. 또 보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자료만 입력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찝찝해서 논의가 끝난 채팅창은 아예 바로 삭제를 한다.
혹 출판계 동료 분도 유용하게 쓰고 있는 프롬프트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시길 바라며~
이 즐거우면서도 고된 기획과 컨펌의 길을 거쳐 올해 내 첫 담당 도서는 어떤 책이 나올지 참으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