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출판 기획을 꿈꾸며

도서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을 읽고

by 케이

좀 쉬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그것도 원래 다니던 출판사.

익숙한 공간이라 바로 적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나의 (경기도) 오산이었다.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회사는 많이 변해있었고 거기에 새롭게 적응하려니 오히려 더 힘들었다..

게다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가 쌓여 있던 예전과 다르게 이제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니 빨리 신간 기획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그래서 출간에 시간이 걸리는 국내서보다 외서 위주로 검토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게 마침 눈에 쏙 들어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대박 기획은 언제 탄생하는 걸까?


제품뿐 아니라 음악, 영화, 소설 등 저자는 '창작'과 관련해 대박을 터트린 사람들을 종횡무진 인터뷰하며 대박 기획 탄생 공식을 탐구한다.

1부에서는 천재의 영감에 대한 전통적 오해와 친숙함과 낯섦이 절묘하게 만났을 때 터지는 크리에이티브 커브에 대해 설명하고 2부에서는 마침내 수많은 조사 끝에 자신이 정리한 공식 4개를 설명한다.

빨리 도서 기획을 해야 한다고 초조해진 나에게 딱인 책이랄까!

놀랍게도 이 책은 2018년도 책이다. 그런데 여전히 판매가 되고 있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책은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처음에는 그럴듯한 약을 파는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 모두 읽어보니 기획을 하다 보면 경험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 책에도 나와 있어서 점점 믿음이 가면서 어느덧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내가 절박했던 것일까!



터지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배경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돈 되는 작품(제품, 음악, 소설 등등 전부 해당!)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서론이 길지만 나는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 보겠다. 바로 아래 4가지가 핵심이다.


1. 소비

창작자는 해당 분야의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맛을 본다. 수많은 입력 끝에 그들은 그 분야에 대해 소위 '감'을 갖게 된다. 어느 작품이 친숙함과 낯 섬이라는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 가장 효과적인 스팟을 건드리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2. 모방

수많은 작품을 소비하다 보면 성공한 창의적 작품의 기본 구조(제약)를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이제 창작자들은 모방을 통해 성공한 작품의 친숙함 속에서 나만의 방식을 녹여서 살짝 낯섦을 가미한다. 모방 덕분에 세월이 검증해 준 틀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3. 창의적 공동체

창작이란 팀 스포츠에 가깝다. 창의적 공동체는 한 사람의 창의적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4명의 캐릭터가 필요하다.

-마스터 티처: 제약(패턴이나 공식)을 가르치고, 피드백을 통한 의식적인 훈련으로 제자들을 돕는다. 제약을 체득하면 학생들은 자신만의 기술을 세련되게 다듬으면서 더 빠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상충하는 협업자: 손발이 너무 척척 맞아서 서로에게 전혀 압박감을 주지 않는 사람보다,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필요하다

-모던 뮤즈: 애초의 포부를 지속시켜 주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한다. 우정 어린 경쟁 대상 등 창작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혁신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친구다.

-유명 프로모터: 이미 대중에게 인정받은 사람으로 신인에게 그 기득권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그들 역시 비주류로부터 크리에이티브 커브 위의 적정 지점에 머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는 윈윈 관계다.

4. 반복

데이터 기반의 반복적 과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것. 다음은 벤앤제리스에서 트렌드에 맞게 신메뉴를 개발하는 프로세스다.

-개념화: 설정된 제약 조건 아래에서 아이디어를 200개 정도 만들어낸다.

-압축: 아이디어를 외부에 내놓아 피드백을 받고 200개 중 실험 가능한 15개로 줄인다.

-큐레이션: 내부나 외부로부터 양질의 견해를 제공받아 최종 선별한다.

-피드백: 출시 후에도 지속적 피드백으로 단종 타이밍을 잡는다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굴곡진 여정은 무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로 명성을 가져다준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간다. 그래서 창작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느 지점에 자리 잡은지를 알기 위해 온갖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자신만의 방법을 갖고 있다.


실제로 뜯어보면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 아닐까? 예전에 카피 잘 쓰는 편집자 동료에게 어떻게 그렇게 카피 잘 쓰냐고 물어보니 몇 가지 공식을 익히면 쉽다고 했다. 요새도 이런저런 강의에서 자꾸 '공식'이 있다며 이것을 판다.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실제로 잘 되는 결과물에는 공식(=제약)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걸 나만의 방식으로 비틀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공식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려면 결국 그 분야를 꾸준히 파고 레퍼런스를 분석하는 '소비'가 필수다. 공부 없이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겠는가. 남이 잡아주는 인사이트도 배울 때는 내 것 같지만 쓸려고 하면 안 나온다.

그리고 이런 공부에는 '모방'이 최고다. 인풋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 글 잘 쓰는 비법으로 왜 필사가 있겠는가. 가장 기본적 모방부터 시작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이른바 정석이다.

내게 새로웠던 것은 바로 '창의적 공동체'였다. 원래 어떤 작업을 할 때는 그냥 나 혼자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꾸준히 '반복'하게 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모인 커뮤니티로 가라는 얘기는 자기계발서의 단골이다. 이 책도 그 얘기를 하고 있다.


결국 위대한 작품, 엄청난 히트를 친 제품은 번개 같은 로또가 아니다.
그것은 치열한 노고의 결과물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공식을 보니 보통 글 잘 쓰는 비법을 얘기할 때의 원칙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다독(소비), 다작(모방), 다상량(피드백) 그리고 플러스로 이를 지속하게 해주는 공동체의 힘이 지속적으로 만났을 때 소비자의 스위트 스폿을 터트리는 작품이 나온다.


도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우선 쉽지 않지만, 역시 만들고 싶은 분야의 도서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필수다. 베셀 순위를 살피고, 직접 읽고, 요새 핫하다는 트렌드를 파고들고.. 이러한 '소비'를 습관처럼 하다 보면 지금 독자들이 읽고 싶은 것에 대한 감이 온다. 나 역시 감으로 기획하는 스타일이라서 어느 순간 꽂히는 주제가 생겨서 파다 보면 주로 관련 책을 기획하게 된 것 같다.

'모방'은 이미 출판계에 널리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잘 터진 베셀의 키워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비트는 것. 새로운 베셀이 나오면 우수수 비슷한 도서가 쏟아지는 이유다. 또는 출판과 전혀 상관없이 뜨거운 트렌드를 도서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시류에 맞추는 기획법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출판사 대표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안전하기 때문에!

'반복'은 이 업에 있는 이상 계속하게 된다. 왜냐면 책을 만들어야 매출이 생기기 때문이죠..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는데 딱히 잡히는 게 없는..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새롭게 알게 된 '창의적 공동체'가 내게는 좀 어렵게 느껴졌다. 북클럽을 만들어야 하나? 아님 출판사 모임을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회사 사람들과 스터디를 만들어야 하나?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특히 출판계는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경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끼리 만났을 때 불타오르며 긍정적 자극을 주고받기가 힘든 것 같다... 오히려 '아프냐? 나는 더 아프다..' 같은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다..


늘 그렇듯이, 이 책을 읽었다고 내게 당면한 문제가 뚝딱 해결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감으로 기획했던 과정을 문자로 되짚어보면서 앞으로 내게 부족한 것을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다. 콘텐츠를 이미 만들고 있는 사람, 만들려는 사람, 앞으로 만들 것 같은 사람이라면 추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

대박 기획이 필요한 독자(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또는 만들고 싶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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