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휴대전화 알림으로 내가 생일이라는 걸 알았다.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날짜를 확인했고, 아 그렇지, 하고 혼잣말처럼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괜히 기분이 먼저 앞섰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창밖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출근 시간대의 소음, 익숙한 하늘색, 계절답지 않게 애매한 공기.
세상은 내가 생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특별하지 않은 날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게 어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씻으면서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이유는 없다.
생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생일은 늘 그렇게 어머니를 데려온다.
나를 낳아준 사람을 거치지 않고는 이 날을 통과할 수가 없다.
어릴 때는 몰랐고, 젊을 때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순서가 바뀐다.
축하보다 기억이 먼저 온다.
어머니는 내 생일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
크게 떠들지는 않았지만, 그날만큼은 꼭 말을 건넸다.
밥을 먹다가도, 전화를 끊기 전에도,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당연하게 여겼다.
지금은 그 말을 다시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생일이 오면,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기억은 선명한데,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 사이에서 나는 괜히 가만히 앉아 있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마음은 바쁘다.
출근길은 평소와 같았다.
사람들은 자기 하루에 집중하고 있었고, 나도 그 틈에 섞여 있었다.
몇 개의 축하 메시지를 받았지만, 바로 답하지는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치는 손끝에 마음이 따라가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억지로 밝아지고 싶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자주 다른 데로 흘렀다.
어머니가 좋아하던 음식, 내가 늦게 연락했던 날들, 괜히 짜증 냈던 목소리. 생일은 늘 그런 장면들을 불러낸다.
평소에는 잘 닫아두던 서랍을, 굳이 하나씩 열어보게 만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생일은 조금 다른 의미가 됐다.
무언가를 더 얻는 날이라기보다, 하나를 더 확인하는 날에 가깝다.
함께 늙어갈 수 없다는 사실, 더 이상 새 추억이 쌓이지 않는다는 사실, 숫자는 늘어나는데 함께 나눌 시간은 줄어든다는 걸 생일은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래도 하루는 흘러갔다.
일은 끝났고, 저녁이 됐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케이크도 없었고, 사진도 찍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어머니를 생각했다.
살아 있을 때는 자주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말없이 오래.
아쉬움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더 자주 웃지 못한 것, 더 많이 묻지 못한 것, 괜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던 순간들.
생일은 그런 후회를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꺼내놓는다.
정리하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냥 거기 두고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밤이 되자, 하루가 거의 끝났다는 게 느껴졌다.
이제야 생일이 지나가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기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나쁘지도 않았다.
이런 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고, 멈추고, 조용히 지나가는 날. 아마 내년 생일에도 비슷할 것이다.
어머니 생각을 하고, 잠시 우울해하고, 그래도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예전처럼 마냥 즐겁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 날을 밀어내고 싶지는 않다.
이 날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생일은 그렇게 끝났다.
축하를 크게 받지 않아도, 의미를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였다.
마음 한쪽에 어머니를 앉혀두고, 조용히 지나온 하루.
지금의 나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한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