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센치해요
by. 마음 정원사
도시의 소음이 잠기고, 세상의 모든 날 선 것들이 부드러운 어둠 속에 녹아드는 시간.
한 주 동안 쉼 없이 밭을 갈고 씨앗을 심던 '낮의 정원사'가 비로소 호미를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정원의 일은 끝나지 않았어요.
이제 또 다른 정원사가 일을 시작할 시간이거든요. 바로 '밤의 정원사', 고요한 달입니다.
달은, 햇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원을 가꿉니다.
물뿌리개 대신 은은한 달빛을 길어 올려, 지친 식물들의 잎사귀 위로 가만히 부어줍니다. 이 달빛이라는 물은, 시든 잎을 일으켜 세우기보다, 그저 존재 자체를 다정하게 감싸 안는 것에 가깝습니다.
한낮의 열기에 지쳐있던 흙을 서늘하게 식혀주고, 우리가 낮 동안 애써 외면했던 마음의 구석진 곳까지 차별 없이 스며들어, 그곳에 잠들어 있던 아주 작은 씨앗들을 흔들어 깨우죠.
밤의 정원에는, 오직 달빛 아래에서만 피어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이라는 이름의 꽃,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뭘까' 하는 질문의 향기를 가진 꽃,
'이유 없는 그리움'이라는 색을 띤, 아주 여린 꽃.
낮 동안 우리는 이런 꽃들을 발견할 틈이 없습니다. 더 화려하고, 더 쓸모있는 식물들을 돌보느라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고요한 달의 정원사는, 바로 이 작고 내밀한 꽃들에게 다가가 밤새 가장 다정한 빛을 비춰줍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는 그 꽃들처럼요.
오늘 밤, 달은 당신의 정원에 어떤 씨앗을 심고 있을까요.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의 별의 씨앗일지도, '온전한 휴식'이라는 이름의 이슬 씨앗일지도 모릅니다.
창밖을 한번 올려다보세요.
저 멀리, 당신만을 위한 밤의 정원사가 부지런히 일하고 있습니다.
부디, 그 고요한 빛 속에서 가장 당신다운 꿈의 씨앗 하나 발견하는, 그런 금요일 밤이 되기를.
당신의 밤의 정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