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찮아
솔직히 말하면, 오늘은 정원에 나가기 싫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 뜨면 당연하게 해왔던 일인데, 오늘따라 유독 그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잡초를 뽑는 일도, 시든 잎을 떼어주는 일도, 심지어 물뿌리개를 드는 것조차 무의미한 노동처럼 다가왔습니다.
'하루쯤 괜찮겠지.' 아니, 어쩌면 '다 망가져도 어쩔 수 없지' 하는 심드렁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평소 같았으면 눈에 거슬렸을 길게 자란 잡초를 그저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목이 마를 저 꽃들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착한 정원사'가 되기를 하루쯤은 파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음 한편에선 "이러면 안 돼"라는 불안과 죄책감이 희미하게 피어올랐지만,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방치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마지못해 정원으로 나간 저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정원은, 제가 상상했던 것처럼 폐허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물을 주지 않았지만, 어떤 식물들은 밤사이 내린 이슬을 머금고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뽑지 않은 잡초 옆에는, 이름 모를 작은 벌레가 날아와 쉬고 있었습니다. 어제 시들해 보였던 꽃잎 하나가 떨어져 흙 위로 내려앉은 모습은, 그 자체로 꽤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그 풍경 앞에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매일 애쓰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이 정원은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있다는 것을요. 나의 지극한 정성만이 이 정원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은 아니었다는 사실을요.
우리는 종종, 내 마음을 돌보는 일마저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숙제'처럼 여기곤 합니다.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하고, 감정을 분석해야 하고,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죠.
하지만 때로는, 그 모든 것을 그냥 잊어버리는 날도 필요합니다. 나의 노력이 없으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거라는 오만한 착각에서 벗어나, 내 마음이 가진 본연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믿고 잠시 놓아주는 용기가 필요한 겁니다.
혹시 오늘, 마음을 돌보는 일마저 버겁게 느껴진다면, 하루쯤은 물 주는 것을 잊어버린, 조금은 게으르고 심드렁한 정원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애쓰지 않아도, 당신의 정원은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당신의, 오늘은 잠시 쉬고 싶은 정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