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라는, 다정한 행위
by. 마음 정원사
우리 마음의 정원에는 날마다 다른 바람이 붑니다.
어떤 날은 모든 꽃잎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햇살 같은 바람이,
어떤 날은 여린 잎사귀를 온통 흔들어 놓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죠.
대부분의 바람은 이름도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고,
우리는 그 바람이 남긴 작은 흔들림조차 잊은 채 하루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자주 망설입니다.
감정은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 같아서,
붙잡아 기록하려 마음먹는 순간 이미 흩어지고 난 뒤일 때가 많으니까요.
거창한 일기장은, 그 텅 빈 여백만으로도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바람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그날 불어온 바람의 결을 기억하기 위해,
정원 한쪽에 아주 작은 ‘풍경(風磬)’ 하나를 달아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풍경이 바람의 노래를 들려주듯,
단 한 줄의 기록은 스쳐 지나간 감정에게 비로소 이름을 찾아주는 행위입니다.
그것은 내 정원에 피어난 이름 없는 들풀에게 다가가,
‘너는 오늘 이런 모습이었구나’ 하고 말을 걸어주는 일입니다.
‘이유 모를 서운함’이라 이름 붙여진 들풀, ‘오후의 햇살 같은 충만함’이라 이름 붙여진 들풀.
이름을 얻은 감정은 더 이상 정체 모를 불안이 아니라, 내 정원의 일부로서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또한, 그 기록들은 내 정원의 흙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단서가 되어줍니다.
‘자꾸만 마음이 메마른다’는 기록이 쌓인다면,
지금 내 정원에는 ‘쉼’이라는 물이 간절히 필요하다는 신호일 겁니다.
‘작은 칭찬에도 유독 기쁜 날’의 기록은, 내 흙에 ‘인정’이라는 거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려주죠.
저녁의 고요가 정원에 내려앉으면, 정원사가 하루를 돌아보며 낡은 일지를 펼치듯,
당신만의 노트를 펼쳐보세요.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 애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오늘 내 정원을 스쳐 간 가장 선명한 바람의 기억 하나를, 시처럼 적어보는 겁니다.
- 오후의 햇살이 잎맥을 따스하게 비추는 듯, 다정한 대화가 온 마음에 퍼져나갔다.
- 차가운 빗방울이 채 피지 못한 꽃봉오리를 때리는 듯, 예상치 못한 소식에 마음이 서늘했다.
- 안개 낀 아침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막막함이 정원을 가득 메웠다.
-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 작은 제비꽃을 발견한 듯, 소소한 성취감이 하루를 향기롭게 했다.
이 짧은 기록들은 당신 마음의 계절을 담아내는 노래가 되고,
훗날 당신의 정원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보여주는 아름다운 지도가 될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정원에 불어온 바람의 이름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정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