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말이야?
우리라는 존재를 설명하는데, 사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면 믿으시겠어요?
말랑한 찰흙 한 덩이, 손목의 스마트워치, 그리고 식탁 위 후추.
우스운 조합 같지만, 이 안에는 우리 삶의 모든 희비극이 담겨 있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두 말랑하고 형태 없는 '찰흙'과 같습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덩어리죠. 동그랗게 빚으면 공이 되고, 길게 늘이면 뱀이 됩니다. 외부의 힘에 따라, 나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모양이 바뀔 수 있는 유연하고 여린 존재. 그것이 우리의 시작점입니다.
문제는, 이 찰흙 덩어리 옆에 너무나도 유능한 개인 트레이너가 붙었다는 겁니다.
바로 '스마트워치'입니다. 이 녀석은 잠시도 우리를 가만두지 않죠.
찰흙이 잠시 쉬려고 누워있으면 손목에서 진동을 울립니다. "일어나! 심박수가 너무 안정적이야! 지금이 운동 효율 최적의 타이밍!" "수면 점수가 72점에 불과해! 어젯밤의 휴식은 실패야, 다른 모양으로 쉬었어야지!"
스마트워치는 끊임없이 우리의 찰흙을 측정하고, 분석하고, 더 나은 모양으로 빚으라고 다그칩니다. '데이터적으로 완벽한 조각상'이 되라고 말이죠. 이 똑똑한 잔소리꾼의 성화에 못 이겨,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주무르고, 누르고, 자책하며 '올바른 모양'이 되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조각상은, 모든 수치는 완벽할지 몰라도 어딘가 생기가 없고 재미도 없는 모습일 겁니다.
바로 이때, '후추'가 등장해야 합니다.
후추는 영양분도, 주재료도 아닙니다. 그저 맛을 살짝 비트는, 예측 불가능한 '킥'이죠. 스마트워치가 계산해 낸 완벽한 영양성분의 '건강 퓌레'를 만들고 있을 때, 거기에 그냥 휙, 하고 후추를 뿌려버리는 장난 같은 행위입니다.
스마트워치가 "심폐지구력 향상을 위해 지금 당장 30분 조깅 시작!"이라고 명령할 때,
"됐고, 그냥 바닥에 누워서 천장에 발 도장이나 찍을래" 하고 결심하는 것이 바로 '후추'입니다.
스마트워치가 "인적 네트워크 지수를 높이기 위해 모임에 참석하라"고 재촉할 때,
"오늘 저녁은 시리얼에 우유 말아먹고 일찍 잘래" 하고 휴대폰을 꺼버리는 것이 바로 '후추'입니다.
후추는 '쓸모'나 '효율'의 영역에 있지 않습니다.
그저 이 재미없는 상황을 살짝 비틀어버리는 '위트'와 '반란'의 영역에 있죠.
인생이라는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가장 중요한 향신료입니다.
우리는 찰흙처럼 유연하지만, 스마트워치의 데이터에만 의존해 우리를 빚다 보면 결국 가장 자기답지 않은 모습으로 굳어버릴지 모릅니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찰흙을 소중히 다루되, 가끔은 스마트워치의 잔소리를 과감히 무시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유쾌한 후추를 툭툭 뿌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 당신의 스마트워치가 뭐라고 다그치든, 슬쩍 뿌려보고 싶은 '후추' 한 꼬집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유쾌한 정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