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음악전공자들은 졸업 후 학원강사로 취업한다. 아직 커리어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레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할 만한 가벼운 잡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거의 대부분이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 없이 이 일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러다 이상한 학원장을 만나던지 월급을 안주는 악덕학원에 걸려 된통 당해 발길을 끊는 사람들도 많지만 밀린 월급이 있더라도 줄 때까지 악착같이 버티는 나 같은 생계형 강사는 이 세계에 적응해 버렸다. 20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이 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과정 중에 만난 정박지로 생각했을 뿐 나의 목표는 항상 음악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였으니까.
수업을 하는 나만의 스타일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는 학생들 한 명 한 명 정을 붙였다. 무엇을 하든 마음을 다해 상담해 주었고 내 일처럼 가르쳤다. 밥을 굶고 오면 밥을 사주고 폰으로 녹음을 해서 노래를 보내주면 잠들기 전 듣다가 정성껏 피드백을 보내주곤 했다. 그러다 학생들이 나에 대해 험담을 했던 것을 알게 되고, 아무 언급 없이 담당선생님을 바꾸고, 무리한 부탁을 하며 날 곤란하게 할 때면 이곳을 떠나야겠구나 늘 다짐했다.
이런저런 날들이 지나가고 어느덧 이십 대 후반이 되었다. 나이가 점점 차게 되자 어느 순간 실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내 나이대 선생님이 몇 명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퇴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학원에서 배정해 주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수록 조급해져만 갔다. 학원은 젊고 트렌디한 선생님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직 창창한 나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런 노력과 상관없이 이곳을 떠나야 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졌다. 내 일에 대해 더 프로페셔널 해지지 못하면 이 가르치는 일 또한 못하게 될 날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했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