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지 않으면 후회하는 글이 있다.
원래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의 시간을 순서대로 정리하려 했다. 빨래를 한 뒤, 깨끗하게 빤 헌 옷들을 새 옷 밑에 차곡차곡 넣듯이, 그렇게 기억들을 순차적으로 써내려가고 싶었다. 단순히 내 마음이 정리되기를 원해서만은 아니었다. 그 기억들이 써 달라고 아우성친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맞닥뜨린 일들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과거에 대해 (다소 게으르게) 써내려가는 동안에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 일들도 각자 한 편의 글이 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써야만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예전의 일과 지금 당장의 일 사이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내 손가락들은 자판 위에서 갈 곳을 잃었고, 결국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한 채로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다시 써 보려 한다. 어쨌거나 삶은 이야기로 풀어져야 한다고 느끼기에. 나에게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내 손가락들을 묶어버렸다. 그 손가락들을 다시 풀기 위해서는 배배 꼬인 이 사건들의 매듭부터 풀어내야 한다.
그걸 해낼 방법은 이야기밖에 없다. 말로, 언어로, 즉 나한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는 것. 그 작업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