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마와 함께 떠난 사찰 기행 이후 두 번째 사찰기행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2022년 이번에는 전라도 쪽이 아니라 경상도 쪽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직 전라도의 절들을 다 봤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반대쪽인 경상도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안동, 영천, 경주, 양산을 거치는 계획이 완성되었을 즈음 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동아리 후배인 A가 여름에 여행 한 번 같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길고 긴 일정 앞에 하루를 붙여 제천을 가기로 했습니다. 경북으로 가는 길에 위치하면서도 적당히 멀면서도 볼 것이 어느 정도 있는 곳, 제천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중 제천 출신에게 이것저것 물어 계획을 완성했습니다. 먹거리를 좋아하는 A와 볼거리를 좋아하는 저의 요구가 합쳐져 나름 만족스러운 계획이 완성되었습니다.
계획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발할지가 중요하겠지요. 군 전역 후 여행을 어떻게든 떠나고 싶다는 마음과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산 안쪽의 절들을 봐야겠다는 마음가짐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시 고민을 해보니 ‘설렘’이 빠졌습니다. 이미 한 번 했던 여행의 테마, 그저 길만 바뀌었을 뿐인 이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끝내 이 고민은 해결하지 못했고, 저는 일단 출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길 위에 있는 많은 사건들, 사람들, 장소들은 저의 고민들을 해결해주었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았던 순간들은 별처럼 반짝거리며 빛났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저의 발자국 속에 기대가 더해졌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즐거웠고, 뿌듯했으며 보람찼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난 체험을 한 것에 더해 또 하나의 길고 긴 여행을 해냈다는 기분이 물밀 듯이 몰려왔죠.
여행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여행을 돌아보며 다시 글을 씁니다. 날씨는 참 좋았지만, 그저 목적지를 찾는 경험 자체가 즐거웠던 2020년의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비가 오느라 이것저것 신경 쓸 새가 없었던 2020년의 여름과는 달리 2022년은 날씨가 좋아 오히려 번뇌가 많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그 번뇌를 해결했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습니다.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었죠.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저런 번뇌를 달고 살지만, 그때의 번뇌를 조금 더 먼 곳에서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분명 이번 글도 전처럼 절의 역사를 담고 있겠지만, 저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듯합니다.
다시 1년 전의 그 길 위에 섭니다. 맑은 하늘과 습기가 가득했던 한반도의 동남쪽, 그곳을 거닐며 느꼈던 것들과 생각하고 내뱉었던 단어들을 톺아봅니다. 이제 다시 여행을 출발할 시간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리저리 거닐며 수행하는 것을 행각(行閣)이라 한다지요. 발로 거닐은 1년 전의 행각을 통해 올해 여름 다시 행각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