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행에서는 내내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기차를 많이 이용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목표로 한 곳들에 기차역이 있기도 했고, 대학생 때 미처 해보지 못한 내일로가 눈에 밟혀서였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쯤 내일로를 제대로 써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내일로를 쓰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청춘의 특권이라 불렸던 내일로는 내일로 2.0으로 바뀌면서 모든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 29세 이하일 경우 가격이 엄청 싸지지만, 연속 7일권이 만 30세 이상이어도 11만 원, 선택 3일권이 10만 원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저는 5박 6일의 일정이었으므로 연속 7일권을 선택했습니다.
2020년과는 달리 사람들이 위드 코로나에 익숙해진 상태였고, 날씨도 꽤 좋아 숙박비는 비싼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그날 예약을 하며 다녔던 예전과는 달리 숙소 예약을 다 해두었습니다. 3박을 보낸 경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함으로써 숙박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주 올레길부터 함께 해 온 K2 등산 가방에 많은 짐을 쌌습니다. 여름이라 비가 내릴 것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넣으니 가방이 넘치더군요. 우의, 우산, 핸드폰 방수 비닐, 슬리퍼까지. 비가 오면 다 젖어버리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낭여행에 도가 터버린지라 큰 고민 없이 필요한 것들을 다 챙길 수 있었습니다.
교통편, 숙박의 예약을 끝냈고 짐까지 챙겼으니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렇게 7월 5일 아침 7시경 저는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오는 후배 A와는 제천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늘 그렇듯 천안역까지는 1호선을 타고, 천안역에서 무궁화호로 갈아탔습니다. 대부분 이 천안역에서 대구, 혹은 광주까지 쭉 무궁화를 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조치원역에서 충북선으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처음 내려보는 조치원역은 신기했습니다. 조치원역을 나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꽤 발달한 곳으로 보였습니다.
구경을 다 하고 다시 지하통로를 통해 승강장으로 올라가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휠체어 리프트가 보였습니다. ‘세상이 참 좋아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것이 잘 활용되어야 할텐데.’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좋은 기구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좋지 않아서야 의미가 없으니까요. 몇 달 전 휠체어 좌석을 예약한 한 분이 입석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탑승이 거부된 사례를 생각하면 리프트를 잘 갖추어 놓고, 휠체어 좌석을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사람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정말 이 모든 제도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도 중요하고, 기구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활용하는 것은 사람이니까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기차가 도착했고,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충북선을 타고 가는 것은 재밌었습니다.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한 역의 이름들이 하나씩 등장했습니다. 조치원을 지나 기차를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청주는 한창 개발 중이었고, 청주공항역은 공항이라는 이름답게 많은 이들이 내렸지만, 무인역에 승강장도 무척 좁고, 주변으로는 시골의 모습만 보여서 도대체 어디에 공항이 있는지 궁금증만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게 증평을 지나 충주를 지나고 고층 건물이 조금 보일 무렵 제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제천역에 도착한 것은 11시경, A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한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남기도 했고, 내일로 혜택역을 제천역으로 선정해 두기도 해서 코레일 여행센터로 갔습니다. 내일로 혜택역을 정해두면 기간 내에 혜택역을 방문하여 이런저런 사은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천역으로 설정해 두었죠. 적당한 사은품 하나 줄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전국 재래시장 이용권 5000원에, 담요, 볼펜 등 다양한 사은품이 쏟아졌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역의 경우 사은품이 없는 상황도 있고, 사은품이 대단치 않은 상황도 있습니다. 역마다 상황이 다르니 잘 생각해서 혜택역을 선정하시길 바랍니다.
사은품을 정리하고 나니 제천역이 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천역은 무척 큰 편이었고, 앞의 주차장도 넓었습니다. 제천이 제법 큰 도시임을 느끼며 역 밖의 유리창으로 제천을 보고 있는데 A가 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천 여행을 동행할 동행자도 나타났으니 내려놓았던 가방을 다시 메고 목적지로 나아갈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