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미학으로 완성한 한 점의 구조
스시의 형태는 단순하다. 밥 위에 생선을 얹는 것.
그러나 그 단순한 형식 안에 담긴 감각의 설계는 셰프마다 다르고, 공간마다 다르며, 어떤 집은 그 차이를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청담동의 ‘스시 스즈메’가 그렇다. 이곳은 전통 스시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지만, 핵심 구조를 절묘하게 비틀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세운다. 그 중심에는 덜어낸 샤리, 온기를 머금은 밥, 그리고 정제된 감각으로 배열된 네타가 있다. 미니멀하되 빈약하지 않고, 절제되었지만 인상 깊다. 이 집의 스시는 덜어냄을 통해 오히려 감각을 더 밀도 있게 만든다.
전통 스시에서는 네타(寿司ネタ: 스시 위에 올라가는 생선이나 재료)와 샤리(シャリ: 밥)의 균형이 관건이다. 대체로 샤리를 넉넉히 쥐고, 네타는 그에 맞춰 다듬는다.
그러나 스시 스즈메의 최상훈 셰프는 샤리를 적게 쥔다. 한 입에 들어오는 밥의 양이 줄면, 상대적으로 네타의 존재감은 커진다. 그 한 점 안에서 무엇을 더 두드러지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선택이다. 뿐만 아니라, 스즈메의 샤리는 따뜻하다. 손에서 갓 쥔 듯한 온도가 미세하게 살아 있으며, 이는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짧지만 분명한 잔열로 이어진다. 뜨겁지 않되 미지근하지 않고, 생선과 밥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조용히 수행한다.
이처럼 스즈메의 스시는 단순히 ‘작게 쥔 밥’이 아니라 ‘구조를 재설계한 초밥’이다. 밥을 줄였다는 사실보다, 밥을 줄인 이유가 중요하다. 셰프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지만, 그 한 점 한 점은 손의 힘과 방향, 생선의 무게와 감촉, 쥐는 방식과 놓는 온도에 대한 절대적인 숙련을 전제로 한다. 작게 쥐는 초밥은 더 어렵고, 더 정교해야 하며, 동시에 더 책임감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집의 스시는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
츠마미(つまみ: 스시에 앞서 나오는 요리들)는 생선과 밥의 구조를 설명하기 전, 감각의 프리루드처럼 등장한다. 이곳의 츠마미는 화려하지 않다. 절제된 재료, 간결한 조리, 그리고 정제된 식감의 결로 기억된다.
첫 점은 제주산 돌돔. 껍질 아래 은빛 결을 살린 이 한 점은, 입 안에서 힘 있게 흩어지는 식감과 함께 감칠맛이 쌓인다. 생선 자체의 탄력이 숙성으로 무뎌지지 않았고, 산지의 싱싱함과 칼끝의 정교함이 균형을 이룬다.
이어진 시라코(복어의 정소)는 매우 부드럽다. 크림처럼 퍼지는 질감과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 뒤로, 고소한 감칠맛이 은근하게 남는다.
이날 제공된 니기리는 총 11점. 각각의 점마다 초밥의 구조는 동일하지만, 생선이 가진 결과 질감, 기름기와 절임의 균형에 따라 다른 감상이 완성된다.
킨메다이(금눈돔)
금눈돔은 셰프의 화력 조절이나 숙성 방식, 그리고 샤리 온도에 따라 풍미가 크게 달라지는 민감한 어종이다. 이 초밥을 이 정도 디테일로 낼 수 있다는 건 스시 스즈메의 기본기가 굉장히 탄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코하다(전어)
절제된 절임. 기름진 전어 특유의 풍미가 초산에 씻기지 않고 살아 있다. 씹을수록 미세하게 감도는 감칠맛이 밥보다 강하게 남는다.
아까미 즈케
참치 등살을 간장에 절인 즈케 스타일. 표면에 간장의 색이 스며 있고, 안쪽은 붉은 기가 살아 있다. 간장의 풍미는 짧고 또렷하게 스쳐 지나간다.
주도로(참치 중뱃살)
풍부한 기름기가 혀를 감싸지만, 그 여운은 맑고 단정하다.
우니(성게알)
우니는 군더더기 없는 단맛과 바다의 풍미가 조화를 이뤘다. 샤리를 적게 잡은 덕에 입 안에서 녹는 질감이 더 또렷했다. 절제된 선도와 양감 모두, 스즈메의 감각을 보여주는 한 점이다.
스마지리(참치 대뱃살)
오도로의 가장 깊은 부위. 밥이 작기 때문에 이 한 점은 거의 순수한 생선의 구조에 가깝다. 입 안에서 무너지기 전에 혀로 펼쳐지는 이질감 없는 풍미.
청어
은빛 비늘이 남아 있고, 잔절임이 되어 있다. 짧게 씹을수록 생선의 단맛이 도드라지고, 뒷맛은 길게 남는다.
전갱이
두툼하고 단단하게 썰려 있다. 생선 특유의 생동감이 밥의 절제된 온도와 맞물려 정교한 밸런스를 이룬다.
단새우
단새우(아마에비)는 살짝 펼쳐 숙성의 단맛을 머금은 채, 샤리 위에 안겼다. 생의 투명함을 간직한 살결에는 찰기가 감돌고, 조심스럽게 씹으면 은은한 단내가 올라왔다. 따뜻한 샤리가 그 단맛을 부드럽게 감싸며, 한 점 안에서 식감과 온도의 균형이 완성된다.
바다장어(아나고)
스즈메 니기리 중 가장 부드러운 한 점. 따뜻하고 보드라운 살결이 입 안에서 무너지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간뾰마키
간장에 절인 박고지를 얇게 채 썰어 김으로 만 간뾰마키(かんぴょう巻き)는, 스시 코스의 마지막을 정돈하는 작은 마무리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은은한 간이 밥과 어우러지며, 입안을 조용히 정리하고 나선다.
스시야에서의 디저트는 종종 계란말이로 시작한다.
스즈메의 교쿠(玉子, 계란말이)는 단맛보다 결의 촘촘함이 먼저 기억된다. 표면은 반들하고 단정하지만,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린다. 보통의 디저트처럼 설탕의 강한 맛이 앞서지 않고, 오히려 식사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미각의 쉼표’처럼 기능한다.
이어 등장한 적용멜론(赤肉メロン)은 짙은 오렌지색 과육이 주는 시각적 인상만큼이나 깊고 정결한 단맛을 남긴다. 수분과 당도의 조율이 뛰어나, 입 안을 맑게 정돈하며 전체 식사의 피날레를 맡는다. 디저트마저 밸런스와 여운을 남기는 방식—그것이 스즈메의 식사 구조다.
스시 스즈메는 크지 않다. 소리도 작고, 설명도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서 감각은 더 명확해진다. 작은 샤리 위에 얹은 크고 두툼한 생선은 그 자체로 자신감이며, 미지근한 온기의 밥은 수십 초 전의 쥐는 손을 기억하게 만든다. 이곳의 스시는 ‘덜어냄’으로 완성된 구조다. 그래서 부풀리지 않는다. 굳이 생색내지 않는다. 그 대신 감각은 더욱 명료해진다. 조용하지만 깊고,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그게 바로 스즈메의 방식이다.
※ 이 글은 정식 언론 매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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